두 개의 연금 두 개의 노후<上>공무원연금 실태와 개혁방안
공무원연금 실태와 개혁방안
공무원연금 개혁 요구는 2003년 봇물 터지듯 나왔다. 2047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계산으로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2차 개혁이 진행됐고 이참에 공무원연금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2009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공무원사회 밖에서 보기에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 평생 총소득 공무원이 많아
퇴직 뒤 공무원이 받는 연금은 80세를 기준으로 5억8796만 원이지만 근로자는 2억3229만 원에 그쳤다. 급여까지 합쳤을 때 공무원은 24억3054만 원을, 근로자는 23억2493만 원을 각각 받는다. 여기에 본인 사망 이후 배우자가 받는 유족연금까지 포함하면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김 교수는 “1988년 임용 공무원은 유족연금을 반영한 생애 총소득이 근로자보다 2.0%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공무원 보수가 중견기업 근로자의 75.8% 수준인 1988년 기준이다. 공무원 보수가 중견기업의 89.0%까지 오른 2008년을 기준으로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면 생애 총소득 격차는 7.6%까지 늘어난다. 이제 “공무원 보수가 낮기 때문에 연금이라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직업 안정성 문제는 별도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과)는 “공무원이 해고나 조기 퇴직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과 일반 회사원의 격차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연금 많이 받는 공무원, 일반 국민이 떠받치는 셈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현재 유지할 수 없는 상태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09년 정부는 공무원연금 적자분 1조9748억 원을 보전해 줬다. 공무원연금 개정 직후인 2010년에는 1조307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이후 다시 늘어나 지난해에는 1조8953억 원이 됐다. 공단 측은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올해 국고보조금은 4조 원이 넘었을 것”이라며 “법 개정으로 52%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조금 절감 효과는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인다. 공단 측은 2014년 보조금 액수가 2조4854억 원이고 2020년에는 6조2518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는 이 예측치보다 정부가 더 보태줘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보조금 규모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공무원연금이 개정 뒤에도 덜 걷고 더 주는 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개정 이후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은 14%, 연간 급여상승률(근무 연수에 따라 증가하는 연금액 인상률)은 1.9% 수준이다. 개정 전 보험료율 11%, 연간지급률 2.1%와 큰 차이가 없다. 소득대체율 역시 62.7%로 일본의 50%보다 12.7%포인트 높다. 하지만 부담률은 일본이 18%로 오히려 4%포인트 많다.
결국 연금 수급액이 적은 일반 국민이 수급액이 많은 공무원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2010년 1월 이후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 신세대들은 2009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불만이 많다. 신세대에게는 개정된 내용이 곧바로 적용되지만 구세대는 기득권을 보장받는 장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세대는 2009년 개정으로 소득대체율 62.7%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구세대는 2010년 이전 납부분에 대해서는 개정 전의 소득대체율 76.0%를 인정받는다.
2010년을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 나이가 65세로 늦춰지고 유족연금률도 10%포인트 줄어든 점 역시 신세대 공무원의 불만을 터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2009년 12월 공직에 들어섰다면 이듬해 1월 임용자보다 최대 5년이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불과 한 달 차이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연금 산정기간을 퇴직 전 마지막 3년이 아닌 전체 재직기간으로 늘린 것도 신세대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정부는 전체 재직기간으로 기준을 삼으면 보수가 적었던 기간이 포함돼 연금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2010년 이후 공무원이 된 젊은 세대에게는 맞는 말이다. 단 그 전에 공무원이 된 세대는 이 조항을 부분적으로만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한 공무원이 2009년까지 25년을, 2010년부터 10년을 일해 총 35년을 재직했다고 하자. 이 공무원은 2010년 이후에 대해서는 10년 평균으로 연금액이 책정된다. 하지만 2010년 이전 25년 동안에 대해서는 월급이 높았던 2007∼2009년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정한다. 이런 셈법 때문에 신세대 공무원들은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 “국민연금과 수준 맞추든지 통합해야” ▼
공무원연금 받는 돈 年1.9%씩 늘어
국민연금의 2배… 불균형 커져
공무원연금 개혁론자들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연금 액수를 깎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부담 고급여’ 구조를 깨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연금은 현재 33년을 완납하면 재직기간 평균소득의 62.7%를 보전해준다. 연간 급여상승률은 1.9%로 국민연금의 연간 급여상승률인 1%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또 개혁론자들은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연금의 연간 급여상승률을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인 1%까지 떨어뜨려야 한다는 말이다. 보험료율도 현재 14%의 두 배 수준으로 올려야 세금 지원을 줄이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일본은 후생연금(일본의 국민연금)과 공무원공제연금(일본의 공무원연금) 통합에 성공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공무원연금은 모든 면에서 국민연금보다 후한 제도다. 빠른 시간 안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조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연금액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면서도 공무원 조직의 업무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공무원의 퇴직수당이 일반 기업 퇴직금의 약 5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공무원연금의 연간 급여상승률을 1.5∼1.75% 수준까지 줄이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공무원들의 퇴직금이 일반 근로자보다 낮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며 “개혁을 진행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공무원의 자존감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연금 장기가입자가 아주 유리하게 돼 있는 공무원연금의 소득 상한선(월 783만 원)을 국민연금(월 398만 원)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주도해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고양이가 자기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달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민관위원회들이 개혁논리를 방어하는 데 치중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관료들의 입김을 견제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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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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