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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뉴질랜드의 밤… 우리만의 여름

입력 | 2014-01-20 03:00:00

2014년 1월 19일 일요일 바람. 우리만의 여름.
#92 Deftones ‘My Own Summer (Shove It)’ (1997년)




1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웨스턴 스프링스에서 열린 음악 축제 ‘빅 데이 아웃’에 몰려든 인파. 빅 데이 아웃 공식 페이스북

여행지로 이곳, 뉴질랜드를 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촬영지인 ‘호빗 마을’. 둘, 오세아니아 최대의 록 페스티벌인 ‘빅 데이 아웃’. 셋, 여름.

낮 최고 기온이래야 섭씨 19∼20도에 불과한 여기서 진짜 여름을 맛본 건 엊그제였다. 오클랜드의 웨스턴 스프링스에서 열린 빅 데이 아웃 페스티벌. 어림잡아도 7만 명 넘는 관객이 웨스턴 스프링스 스타디움과 그 주변을 메웠다. 6개의 특설 무대에서 41개 팀의 공연이 오후 11시까지 열렸다.

이동 시간 탓에 쇠고기보다 절묘한 마블링의 몽환적인 록을 구사하는 호주 밴드 ‘테임 임팔라’의 무대를 놓친 건 기억하지 않으련다. 토로 이 무아, 더 하이브스, 고스트, 스눕 독, 데프톤스 같은 다양한 음악인을 뙤약볕 아래, 인파 가운데, 초록색 대지 위에서 만나니 천국에 입장한 듯했다.

하이라이트는 두 팀이었다. 2000∼2010년대 록 역사에서 가장 굵은 글씨로 기억될 캐나다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 그리고 1990년대 너바나와 함께 그런지 열풍을 양분한 미국 밴드 펄 잼. 둘 다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공연.

펄 잼은 2시간짜리 공연의 출발선에서 데뷔 앨범 ‘텐’(1991년)의 긴 마지막 곡 ‘릴리즈’와 2집 ‘Vs.’의 폭발적인 첫 곡 ‘고’를 이어 붙여 옛 영광을 재점화했다. 밴드 연주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올해 쉰 살이 된 에디 베더의 목소리와 스톤 고사드의 기타 음색은 전성기보다 무디게 들렸다.

불꽃은 10인조 구성으로 등장한 아케이드 파이어의 것이 맹렬했다. 작년에 낸 4집 ‘리플렉터’의 개념은 무대 배경에 달린 네 개의 대형 반사체와 악기들에 부착된 소형 반사체들로 형상화됐고 두 명의 흑인 연주자는 카리브해식 타악기들을 쉴 새 없이 두드리며 록 연주와 격투했다. 리더 윈 버틀러와 레진 샤사뉴는 시종 스틸 드럼과 피아노 연주로 긴장을 이완시켰다. ‘조앤 오브 아크’ ‘리플렉터’ ‘히어 컴스 더 나이트 타임’ 같은 최신 곡들은 정교하고 우아하며 선동적으로 표현됐다. 마지막 곡은 데뷔 앨범 ‘퓨너럴’(2004년)에 실린 ‘웨이크 업’. 수만 명이 제창한 그 멜로디를 타고 우리만의 여름은 꿈의 에테르처럼 대기에 떠올랐고 용해돼 퍼졌다.

‘깨어나. …사람들이 여름을 먼지로 바꿔버리기 전에.’ (‘웨이크 업’ 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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