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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가 바이러스 옮겼다면 동시다발 발병 우려

입력 | 2014-01-20 03:00:00

전염성 강한 ‘H5N8’ 국내 첫 발생




전염성이 강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잇달아 확인되면서 ‘전국적 AI 확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북 고창군(17일)에 이어 19일 10.3km 떨어진 부안군의 오리농장에서도 똑같은 ‘H5N8형’ AI 확진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부안에서 발견된 AI가 고창에서 전파된 것으로 볼 순 없다”며 “두 곳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안군의 오리농장이 아닌 또 다른 감염원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번 AI의 발생 원인과 확산 여부를 가늠 짓는 분수령은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 등 철새 100여 마리의 폐사 원인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20일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철새가 상공을 이동하면서 주변 농장 등에 분뇨를 흘리면서 AI 바이러스를 옮겼을 경우 현재 이동중지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포위망형’ 방역체계가 크게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안에서 추가로 확진된 H5N8형 AI는 H5N1의 변종으로 전염성이 강해 발병하면 농장 안의 오리 90%가량이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1983년 아일랜드의 칠면조, 2010년 중국 장쑤 성의 오리를 중심으로 두 차례 발생했지만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H5N1형 AI와 혈청형이 다를 뿐 감염 증상이나 병원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네 차례의 AI로 2200여 곳의 농장에서 오리 등 2300만여 마리를 도살처분했다. 닭·오리 고기 소비가 줄어드는 바람에 생긴 간접적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총 8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AI도 전국 오리의 70%가량이 몰려 있는 호남에서 발생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은 2011년 회복했던 AI 청정지역의 지위를 상실해 향후 가금류 수출길이 막힐 우려도 있다.

한편 가축전염병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적 이동중지 명령’은 2012년 관련 법조항이 신설된 뒤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됐다. 환경부도 이동중지 명령을 받은 지역의 수렵장을 당분간 폐쇄하고 유해야생동물포획 허가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 일시적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 ::

농 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구제역이나 AI 등의 가축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의 해당 전염병 대상 가축은 물론 축산 관련 종사자와 차량까지 다른 축산 관련 시설에 방문할 수 없도록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동중지 기간은 48시간을 넘길 수 없으나 필요에 따라 한 차례(48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번에 이동이 제한되는 가축·축산 관계자는 13만7000여 명, 차량은 2만여 대로 추산된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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