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논설위원
한국철도대 교수 최연혜는 2004년 11월 철도청 차장에 발탁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다. 정찬용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최연혜만큼 참한 여성 인재가 없다”며 천거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청의 구조적 문제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로 여성과 약자를 배려한 노 대통령이 볼 때도 좋은 선택이었다. 최연혜는 이명박 정부에선 철도대 총장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최연혜처럼 좋은 스펙을 가진 여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울대 독문과 졸업에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 박사, 철도대 교수에 철도경영론 책도 썼으니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권마다 그를 중용한 이유도 많지 않은 여성 전문가 풀에 그가 들어있어서였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동안 비어 있던 코레일 사장에 박 대통령은 최연혜를 임명했다. 철도청 차장과 철도대 총장을 지낸 경력은 낙하산 인사로 대 놓고 비판하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어 언론의 혹독한 검증도 피해 갔다. 코레일 파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 최연혜의 강한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최연혜는 누가 뭐래도 현실 정치에 발을 담근 정치인이다. 노무현 인수위, 박근혜 새누리당에서 의원 출마를 보면 여당 지향적 정치 성향이 엿보인다.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지구당 당협위원장에 측근을 써 달라는 청탁을 여당 대표에게 한 것은 정치 귀소(歸巢) 본능이 발동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대표적인 구태 ‘대리인 정치(Agency Politics)’라는 점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몸은 코레일에, 마음은 지구당에 있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2년 뒤 국회의원 자리를 의식하지 않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저 구경만 하자니 지역구를 빼앗길 판이어서 안달이 났을 법도 하다.
하기야 국회를 떠나는 정치인이 당협위원장에 측근을 앉히는 일은 여의도 정가에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원님이 오시면 바로 비켜드리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믿고 자리를 내줬다가 한동안 의원직을 되찾지 못한 정치인도 적지 않은 게 잇속에 밝은 여의도 정치다.
2016년 정치의 모천(母川)에 회귀하려는 연어 최연혜. 이제는 코레일 사장의 무게도 힘겨워 보인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