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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정성진]판사와 검사도 변하고 있는가

입력 | 2014-01-21 03:00:00

법조문 문리적 해석에 의존… 법정 막말과 ‘튀는 판결’로 국민감정과 괴리된 일부 판사
찍어내기-면죄부 주기 수사로 국민불신 초래하는 일부 검사
사회 모든 영역 발전하는데 전문성-도덕성 높이기… 법조계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

판검사란 어휘가 마치 하나의 특수한 신분처럼 통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수사 지휘 및 공소 제기를 맡고 있는 검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그러한 판사와 검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근간 비판적인 보도나 여론이 자주 국민의 눈에 띄거나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비록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전문성이 국민이 믿었던 만큼에 못 미치는 판결이나 기소 사례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작년에 수원지방법원에서 합의부가 재판할 사건을 단독 판사가 재판을 하는 등의 잘못으로 같은 피고인이 1심 재판을 세 번 받았다는 예나, 사회적 이목을 끄는 공직자의 뇌물 사건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는 마당에 뇌물을 주었다는 사람의 진술 합리성이 세밀한 부분에서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또 수사 대상자였던 사람과 업무 외의 접촉이나 금품수수 등을 한 검사의 비리가 드러나 결국 그 검사 자신이 구속기소되기에 이르렀다는 특수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법정에서 소송 당사자에게 이른바 ‘막말’을 했다는 판사의 경우도 업무 자체의 전문성은 아니지만 전문가로서 요구되는 품위와 관련하여 다수 국민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법조문의 문리적 해석이나 재판 또는 수사의 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오히려 상식적인 국민감정과 괴리가 생기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은 점차 바뀌고 있다고 보지만, 공직자 부패사범에 대한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든가 일부 법관의 주관적 신념이 강조된 나머지 속칭 ‘튀는 판결’로 화제가 된 경우가 그런 예에 속할 것이다.

검찰이 최근 1년 사이에 이따금 보여 준 바와 같이 어떤 사건에서는 지나치게 수사 집중력을 드러내고, 또 어떤 사건의 수사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사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사 착수는 거창하게 하고서 마무리가 미흡하여 당초의 수사 동기에 관하여 의문을 불러일으킨 경우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언론에 ‘찍어내기’를 위한 입건이니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니 하는 따위의 비아냥이 등장한 것도 바로 그러한 시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어느 경우이건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인 판사와, 형사사건을 수사 기소하는 당사자인 검사를 동일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또 하나 보통시민의 눈으로 볼 때 부자연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판사나 검사가 일상의 사회생활에서 그 직업과 신분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일 것이다. 예컨대 지방도시에서 알 만한 인사가 화제에 오를 때 “그 사람 얼마 전 우리 법원에 다녀갔지” “작년에 검찰에서 내사 받은 일이 있을걸”이라는 식으로 부지중 업무와 관련된 언급을 하거나, 자신이 단순한 민원인 또는 고객으로 주민센터나 은행을 찾아간 경우에 불과한데도 이유 없이 딱딱하고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따위가 그런 예이다.

시대 변화와 사회의 발전에 따라 판사와 검사의 체질이나 사고도 필요한 만큼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직무와 관련하여 끊임없는 절제와 노력으로 전문성과 도덕성을 높이고, 직무 외의 일에서는 평균적 시민과 같은 수준의 상식에서 말과 행동을 다듬어 가는 쪽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치주의가 원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발전되어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사람이 정의와 상식이 법 위의 개념이며, 법치라는 것도 결국 지배자의 무기일 뿐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우리 사회의 법치는 죽은 법치가 아닌 살아 있는 법치, 박제된 법치가 아니고 따뜻하게 숨 쉬는 법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법률가가 나쁜 이웃이 아니라 ‘좋은 이웃’으로 인식되기 위한 변화의 앞자리는 의당 청정(淸淨) 담연(淡然)한 안목을 지닌 법관과 검사가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국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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