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슈피츠베크. 책벌레. 1850∼59년.
흰 머리의 늙은 남자가 사다리에 올라선 채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남자는 한평생 오직 책만 읽으면서 살아온 책벌레다. 19세기 독일 화가 카를 슈피츠베크는 남자가 지독한 책벌레라는 정보를 기발한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슈피츠베크는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를 찬미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현실과 담을 쌓고 병적으로 지식만 얻으려는 구세대 지식인들을 비꼬기 위해 이 풍자화를 그린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수상록’에서 책만 탐하는 책벌레들을 이렇게 꾸짖는다.
‘하루 종일 다독(多讀)으로 보내는 부지런한 사람은 점차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치 늘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나중에는 걷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 그들은 책을 많이 읽은 결과 바보가 된 인간이다.’
화가와 철학자는 도서관의 책만 읽지 말고 자연이라는 책, 인간이라는 책도 함께 읽어야만 진짜 책벌레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