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가창오리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방역당국의 급선무가 됐다.
가창오리는 러시아 레나 강을 비롯해 시베리아 동부 등에 주로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한다. 주요 월동지는 충남 천수만, 금강 하구언,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 전남 영암·금호호, 해남군 고천암호, 경남 주남저수지다.
가창오리는 먹이나 날씨에 따라 몇몇 곳의 주요 월동지를 옮겨 다닌다. 날씨가 추우면 고천암호에, 따뜻해지면 천수만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환경부는 가창오리가 지난해 11월 영암호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12월 동림저수지와 금강호로 넘어와 오는 2월까지 현재의 장소에 머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에 분포하는 가창오리 가운데 90% 이상이 한국을 찾는다. 영암호, 금강호, 동림저수지를 찾는 가창오리의 개체 수만 10만 마리 이상이다. 조류 전문가들은 가창오리가 2012년 31만 마리, 2013년 34만 마리였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개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큰 무리로 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는 데다 활동 반경도 넓어 이로 인한 AI 확산 우려가 크다. 이두표 호남대 교수는 “가창오리는 큰 무리를 지어 생활해 먹이가 풍부하고 넓은 월동지를 찾아 많이 이동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가창오리 외에 AI 감염 우려가 있는 큰고니, 기러기류 및 오리류 등 다른 철새들은 월동기간에 큰 이동이 없어 2월 말까지는 동림저수지 인근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 밖에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는 서울 강서지구, 중랑천, 부산 을숙도, 대구 금호강 등을 비롯해 총 37곳이 있다. 환경부는 고창지역 철새도래지 정밀 조사와 함께 과거 양성반응지를 중심으로 한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2곳에 대한 야생조류 예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19일부터 전남북 지역 수렵장 6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박선희 teller@donga.com / 고창=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