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정재우 참포도나무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병의 예후가 매우 안 좋을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뇌질환이다. 최근 뇌검진에 대한 조기 검사가 40, 50대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가정주부 김모 씨(52)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일본 온천여행을 준비할 때였다.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이 발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는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놀란 가족들은 김 씨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 뇌 정밀 자기공명영상(MRI)과 자기공명혈관촬영(MRA)을 받게 했다. 이 검사에서 동맥이 꽈리처럼 늘어난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즉시 이에 대한 시술을 받아 현재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김 씨처럼 뇌동맥류는 대부분 심한 증상 없이 만성두통만 간헐적으로 있다. 모르고 지내다가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는 등의 원인으로 어느 순간 파열된다. 그러면 극심한 두통과 구토, 의식소실 등이 생긴다. 출혈의 양과 환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출혈이 시작되면 환자들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거나 머릿속에서 뭔가 폭발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질환은 50, 60대에 가장 많이 발견된다. 일단 파열되면 발병자의 거의 반수가 병원 도착 전이나 병원 치료 도중 사망한다. 김 씨의 경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어 장애, 신체마비 등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뇌동맥류 출혈을 의심하고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의 크기가 2mm 이하인 경우엔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크기가 이보다 더 큰 경우엔 발견 즉시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엔 두개골 절개 후 파열된 뇌동맥류를 확보한 후 문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최근엔 절개하지 않고 다리의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류에 금속성 코일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가족력이 있다면 40대부터, 늦어도 50대부터는 뇌 MRI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뇌 MRI 검사를 통해 뇌와 뇌혈관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정재우 참포도나무병원 뇌신경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