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수면이야기
진료실을 찾아온 불면증 환자 김모 씨(44). 그는 증권회사에 근무한다. 최근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업무가 많아졌다고 한다. 오후 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일도 잦았다. 귀가한 뒤 밤 12시 무렵에 잠자리에 들지만, 다음 날 업무에 대한 생각에 잠들기 힘들다고 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우리 뇌의 한 부분은 내일 닥칠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낮 동안 열어놓은 여러 개의 프로그램 중 일부가 자려고 누웠는데도 여전히 돌아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잠들기 힘들고 잠을 자더라도 뇌의 일부는 여전히 일을 하므로 ‘푹 잤다’는 느낌이 없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이러한 스트레스는 우리 뇌와 몸을 해친다. 스트레스 상황에선 ‘코티졸’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분인 ‘해마’의 뇌세포를 파괴한다. 이 때문에 기억력도 떨어진다. 사람이 자는 동안 단백질 합성이 촉진되면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작동이 안돼 피부도 나빠진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감기를 비롯한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리고 잘 낫지 않는다. 이것도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성불면증의 경우엔 불면 증상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잠을 잘 못 자면 신체 근육이 경직되고 소화기능도 떨어진다. 수면부족으로 낮 동안 만성 피로도 온다. 이런 상태 역시 심한 스트레스가 되며 이런 스트레스가 불면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불면증이 있을 때, 원인과 무관하게 수면제만 처방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불면증은 심리적 스트레스,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어려움, 잠을 방해하는 수면질환, 신체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따라서 불면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된다.
불면증상이 심하게 지속되면 한 달 정도의 단기간 수면제를 처방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증상이 지속되면 불면증을 앓는 과정에서 생긴 ‘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고 ‘깊은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방식’을 배우는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