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뉴 노멀 시대]한국경제 새 길을 찾는다<3>브레이크 걸린 신흥국, 기회는 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국들이 최근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한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앞다퉈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쏟아내면서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내세워 선진국 기업들을 유치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고속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의 변화는 이들 국가를 생산기지로 삼고 함께 성장해온 국내 기업들에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다.
○ 신흥국 대감속의 시대
19일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루에서 10대 청소년 8000명이 쇼핑몰들을 점거하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빈부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는 이 같은 기습 시위는 지난해 말 대도시에서 시작돼 최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6월에도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7.5%의 고성장을 한 뒤 2011년 2.7%, 2012년 0.9%로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다.
한때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각광받았던 신흥국의 성장률이 일제히 낮아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씀씀이를 크게 줄인 영향이 크다. 게다가 신흥국의 임금이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저가 제품을 생산하거나 원자재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성장모델의 한계에 직면한 신흥국들은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등을 돌리던 외국 자본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중국은 ‘도시화’와 중산층 강화 정책을 내놓으며 수출대국에서 내수대국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을 통해 도시화율을 연간 1%포인트씩 올려 2020년까지 60%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신도시 건설을 위한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 투자와 농촌 주민들의 소득 향상을 통한 소비 증가가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고속철도 건설 등 16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인도와 브라질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던 백화점 등 유통업 시장을 개방하고 자원 개발 관련 투자 요건을 낮추는 등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섰다.
○ 신흥국의 신중산층으로 눈 돌려야
특히 신흥국 중산층을 위한 소비재나 인프라 건설 시장 선점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의 중산층 소비 규모는 2030년 325억9600만 달러로 북미(58억3700만 달러)의 5.5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대개발의 거점 도시 가운데 하나인 충칭(重慶) 시 ‘4D플렉스’ 극장의 장샤오빙(張曉兵) 운영총감은 “문을 연 지 석 달 만에 2개의 극장이 추가로 개장했다”며 “중국에도 4D 업체가 있으나 한국 기업의 설비를 사용했더니 품질이 더 좋아 관람객이 몰린다”고 말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흥국들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며 “플랜트, 건설 등 SOC 투자 수주를 위한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류를 통한 신흥국 중산층 소비자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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