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비자 1호 ‘제이제이리’ 대표 제이슨 리씨
9일 창업비자 1호 주인공인 제이슨 리 씨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외국인등록증을 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창업비자를 맨 먼저 발급받은 미국인 제이슨 리 씨(30)는 21일 전화 인터뷰에서 “창업비자를 받기 전에는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3개월마다 해외에 다녀와야 했다”며 “이제는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한국에서 창업했다.
리 씨는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이 됐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들어와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왔다.
2011년 졸업한 뒤 글로벌 IT기업에 취직했다. 창업하기 전에 전문적인 경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1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생각해 둔 디자이너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웨딩플래너 기능을 넣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2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따 ‘제이제이리 컴퍼니’로 지었다.
그는 “솔직히 비자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창업할까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함께 창업을 준비해온 팀원들과 꼭 함께 일하고 싶어 한국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고민했던 이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 취업비자를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창업한 외국인을 위한 기업투자비자가 있긴 했지만 평균 4년이 걸리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야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창업한 외국인이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는 사실상 관광비자뿐이었다.
비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예상보다 컸다. 3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일본을 5차례나 다녀왔다. 관광비자로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대 3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리 씨는 “오전에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며 “사업에만 집중해도 바쁜데 비자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게 너무 답답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관광비자로는 4대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금융 거래를 하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창업한 게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IT가 발달해 있는 한국에서 창업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제 주변에도 많아요. 앞으로 창업비자를 받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