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목 훈련 병행하는 빙속 장거리 간판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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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선수로서 그의 첫사랑은 쇼트트랙이다. 어릴 적부터 쇼트트랙을 탔고 2009년 하얼빈 겨울유니버시아드 대회 쇼트트랙에서는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쇼트트랙은 내 첫사랑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스피드스케이트로 전향한 것은 2009년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부터 지구력 하나만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에도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첫사랑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22일 쇼트트랙 대표팀과 함께 전지훈련차 출국한 이승훈. 오른쪽은 쇼트트랙 최광복 감독.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승훈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모든 훈련 일정을 소화해 왔다. 쇼트트랙 훈련을 하다 짬을 내 스피드스케이트를 탔다. 훈련 일정만 보면 그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지 쇼트트랙 선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훈련은 무엇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 m 훈련은 나와의 싸움이다. 혼자 타다 보니 지루할 때도 있고 심지어 고독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쇼트트랙은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탄다. 훈련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스케이팅이 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효과는 코너링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승훈은 “400m 트랙을 도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100m 남짓한 작은 원을 돈다. 코너링 훈련이 집중적으로 되면서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녀 쇼트트랙 선수들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마이 페이스’를 강조했다.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은 “러시아 대표인 안현수 형이 요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너무 의식하면 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도 힘들 수 있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걸 최대한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 기대주인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도 발목 부상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이 힘들어진 중국 대표팀의 에이스 왕멍에 대해 “어떤 상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왕멍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다. 하던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