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조 발전소’를 가다]<3>영국 ‘런던 유튜브 스페이스’
런던 유튜브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창작자들은 이곳에서 고성능 카메라, 편집 장비 등을 지원받아 동영상의 완성도를 높인다. 윗줄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쌍둥이 니키와 새미 씨 형제,코미디채널을운영하는 로라페인씨(좌우동일인물),무엇이든먹는 엽기채널의운영자루이스 콜씨,래퍼자말에드워드씨,‘영국남자’채널의조시 캐럿씨.유튜브동영상캡처
싸이의 성공 뒤에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있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인의 모세혈관까지 파고들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싸이도 없었다.
이처럼 유튜브는 재능과 아이디어를 가진 예술가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장기를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유튜브로 부나방처럼 몰려들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서는 100만 개 이상의 채널이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수천 개의 채널이 연간 10만 달러(약 1억7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영국 여성 로라 페인 씨(23)는 유튜브 스타다. 7년 전부터 코미디 채널 ‘로라 버블’을 운영하는 그는 구독자 2만5000명과 조회수 121만 건을 기록한 ‘파워 유튜버’다. 그는 대학 신입생의 유형,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의 유형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재연해 인기가 높다.
페인 씨는 올해 2, 3개월에 한번씩 이곳에 들러 카페, 감옥, 공룡 시대를 형상화한 세트에서 코미디 동영상을 제작한다. 집에서는 꿈도 못 꾸는 고성능 카메라와 조명을 이용할 수 있다. “아직 젊은 나이라 전업 유튜버가 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이런 창작 공간을 계속 무료로 쓸 수 있다면 미디어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영국 남자’ 채널로 국내에 알려진 조시 캐럿 씨(24)와 올리버 캔들 씨(26)도 만날 수 있었다. 캐럿 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런던 시내 곳곳을 소개하고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알려 화제가 됐다. 캐럿 씨는 “유튜브 동영상 업로더들은 대부분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힘들고 외로운데 여기에 오니 그 문제도 해결되고 집중도 잘된다. 직업적으로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런던 유튜브 스페이스는 2012년 7월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이곳을 이용한 창작자는 3000여 명. 약 325m²의 공간에 스튜디오 세트 녹음실 등 10개의 방을 갖춘 이곳에서 성공한 작품들도 여럿 나왔다. 20대 흑인 래퍼 자말 에드워드 씨의 채널은 구독자가 37만 명이다. 그의 채널은 유명 가수들이 등장하고 싶어 할 정도로 영국에서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카메라 촬영 기술을 배워 간 뒤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도 이곳에서 배웠다.
창작자들은 화장법 강의 동영상으로 5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둔 미셸 판 씨 같은 성공 스토리를 꿈꾼다. 태국계 미국인인 판 씨는 화장품 업체의 후원과 광고 등으로 한 해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의 문화지원 정책 원칙과 마찬가지로 유튜브 스페이스의 모토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이다. 스페이스 측은 창작자들에게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고, 창작자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해줄 뿐 영상물 제작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런던=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