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 황창규號의 과제]<上>분위기 일신하고 내실 다져야
① [조직갈등] 공정성-사기 회복할 리더십 절실
KT 관계자들은 현재 KT의 상황을 “내우외환(內憂外患), 사면초가(四面楚歌)”로 규정한다. 유선 통신 분야의 지속적 수익 악화가 무선 분야로 확산되고 있고 ‘탈(脫)통신’ 전략 역시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악화된 경영 실적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내부 갈등 속에 상당수 전문 인력과 영업 조직까지 경쟁업체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물러난 한 임원은 “KT 조직 내부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신임 회장은 조직 전체를 납득시킬 만한 공정한 규율을 회복하고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아직도 당시 위성 매각 경위나 책임자가 드러나지 않았다. 2011년 당시 대부분의 임원회의에 참여했던 한 고위 간부는 “당시 위성 매각 사실을 뉴스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매각 작업이 극히 일부 경영진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 전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관련해서는 과감하다는 평가와 독단적이다란 평가가 엇갈린다. 취임 초기 KT-KTF의 합병을 주도하고 통신업체 가운데 맨 먼저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혁신 바람을 몰고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2012년 연임 이후 내부 소통에 실패하고 KT에 부는 외풍도 막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신 분야의 매출 감소를 메우기 위해 시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인재 영입 역시 들인 비용을 감안하면 성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② [방만 경영] 부실 털어내고 현금흐름 관리를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과 KT 출신 인사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다. 이 같은 갈등은 KT의 DNA를 통신에서 찾으려는 기존 인사들과 KT를 종합미디어 및 IT 기업으로 바꾸려는 영입 인사들의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과정에서 KT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이상훈 최두환 전 사장 같은 통신 전문가들은 회사를 떠났다. 한 임원은 “기존 KT 출신 인사들이 비전을 제시하는 데 부족했던 점은 있지만 일부 영입 인사가 기존 인력 전체를 무능과 비리로 규정하고 독단적인 경영을 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몸집을 불린 과정도 면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르완다 통신망 구축 사업이나 초기 4800억 원 규모로 시작해 총 1조 원 이상 투자된 사내 경영정보화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서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통신망 사업 등도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이러다 보니 현금 흐름이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부실이 쌓였다는 것이다.
③ [외부 입김] 낙하산 차단… 人事 첫단추 잘 끼워야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인사가 KT에 자리를 잡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거론됐던 인사 수십 명이 이제는 부회장이나 계열사 사장 및 고문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KT가 2002년 민영화됐지만 경영 독립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황 회장 역시 KT 외부 출신이기 때문에 이 전 회장처럼 수많은 청탁과 외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KT의 독립 경영을 위해서는 외부의 인사 개입부터 차단하고 조직 적합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소신 있게 경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호재 demian@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