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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이 야동, 어머님이 올린 걸로 하죠”

입력 | 2014-01-24 03:00:00

“미성년 피의자는 실적 안된다”… 13차례 ‘바꿔치기’한 경찰 구속




“이 ‘야동(야한 동영상)’은 어머님이 올린 걸로 하시죠?”

최모 경위(46)의 말에 홍모 씨(41·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고등학생 아들(17)이 인터넷에 ‘야동’을 올렸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것도 잠시, 아들의 죄를 대신 받겠느냐는 경찰의 제안에 홍 씨는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홍 씨는 “아들이 대학 갈 때 범죄 전과가 있으면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아들의 죄를 뒤집어쓰기로 결심했다.

부산 기장경찰서의 사이버수사팀장 최 경위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총 13차례 인터넷에 음란물을 올린 자녀 대신 부모를 피의자로 바꿔치기했다. 이 과정에서 최 경위는 부모가 진범인 것처럼 허위로 피의자신문조서와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의 ‘인터넷 음란물 단속 내부 기준’에 따르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인원에 따라 실적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만 19세 미만 미성년 불구속 피의자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최 경위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피의자를 바꿔치기한 것.

검찰은 입건된 부모를 조사하던 중 범행 내용을 잘 모르고 컴퓨터에 문외한인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추궁한 끝에 최 경위의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영기)는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최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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