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이상헌 글·마이자 그림/176쪽·1만 원·주니어김영사
합성 생물학은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유전물질인 DNA와 여타 생체 분자들로부터 생명의 기초 구성 요소를 분리하거나 새로 창조하려는 연구자들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드루 앤디 교수는 생명의 기본 단위인 ‘바이오브릭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풀이하면 ‘생명의 벽돌’인 바이오브릭스는 생명이라는 거대 건축물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의 단위를 뜻한다. ‘최소 유전체’를 개발하려는 연구자도 있다. 최소 유전체란 박테리아 개체 하나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적 재료만을 함유한 물질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바이오브릭스와 최소 유전체를 결합하면 인공 생명체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합성 생물학은 생명은 신성한 것이라는 통념에 도전한다. 생명은 주어진 것이고, 사람의 능력을 넘어선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린다. 또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로봇이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동물의 장기를 이용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인가, 샴쌍둥이 중 건강한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분리수술을 감행하는 것은 윤리적인 선택인가 등의 문제를 제시한다.
우리 교육은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자기 전공이 아니면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과학에서도 철학적 주제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과학과 철학이 모두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얽혀 있다. 학문의 통섭을 위해 청소년들이 참고해야 할 책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