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이기훈 지음/56쪽·1만8000원·비룡소
비룡소 제공
온 마을을 태울 듯 태양이 이글거립니다. 물이 말라 강바닥이 드러난 건 오래고 동물도 사람도 죽어갑니다. 물이 없으니 농작물도, 나무 열매도 얻을 수 없습니다.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뼈만 남은 가축을 잡아 올려 봅니다만 비는 오지 않고 굶주린 새들만 좋아합니다. 현자는 예부터 전해 오는 전설의 물고기를 찾아오기로 결심하고 전사 네 명을 떠나 보냅니다. 그 여정에 전사들은 산꼭대기에다 커다란 배를 만드는 한 사람을 만납니다.
대홍수에 관한 전설은 고대 여러 문명에서 전해집니다. 긴 가뭄에 물을 찾아 나선 전사들이 만난 사람은 성서에 나오는 노아였겠지요. 작가 이기훈은 ‘빅 피쉬’에도 역시 전작 ‘양철곰’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적 세계관을 풀어냅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할 뿐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펜으로 치밀하게 그려낸 그림은 한 컷 한 컷의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컷과 컷의 연결도 이야기를 이어 가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생생하게 읽히는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조금 높은 학년에서 어른들까지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