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말에 실권자가 된 원세개는 조선에서 정치적 입지를 닦았다. 약관의 원세개는 1884년 갑신정변 때 청나라 군대를 끌고 와, 김옥균이 일본을 업고 일으킨 정변을 진압하고 진수당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조선을 좌지우지하던 그를 당시 서울의 서양 외교관들은 총독이라고 불렀다. 원세개는 진수당이 지은 공관을 헐고 건물을 새로 지어 10년간 머물렀다. 그곳을 지키는 청나라 병사의 횡포가 어찌나 심한지 앞길에는 낮에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았다.
▷중국대사관이 새로 지어져 그제 개관식을 했다. 그 자체로는 축하할 일이다. 대사관은 업무동 숙소동 등 두 동으로 이루어졌는데 업무동은 10층, 숙소동은 24층이다. 주변에 나지막한 상가들만 밀집해 있어 이 고층의 건물은 매우 위압적으로 보인다. 외국 공관이라 도시 계획상의 건축 규제를 받지 않았다. 또 현대식 고층 건물의 꼭대기에 중국 전통식 기와 형태의 지붕을 얹어놓아 보기에 따라서는 부조화스러운 느낌을 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