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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실천해 진정성 보여야

입력 | 2014-01-27 03:00:00


남북으로 갈라진 이산가족들의 상봉 행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상봉 행사를 설날 이후 금강산에서 남측이 편리한 대로 진행하자”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밝힌 제의를 18일 만에 수용했다. 우리 정부는 다음 달 23일 이전에 상봉 행사를 하자고 북한에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예정했던 상봉 행사가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뒤 실의에 빠졌던 이산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하루가 급한 인도적 현안이다. 지금까지 등록한 상봉 신청자 12만9264명 가운데 5만7784명이 사망했다. 생존자의 52.8%는 80세 이상 고령자여서 혈육 상봉의 한(恨)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상봉을 거부하는 행위는 반(反)인륜이다. 북한이 상봉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나올지 모르지만 우리는 인내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트집 잡으며 우리 측 상봉 제의를 일단 거부했다가 태도를 바꿨다. 북한이 30일부터 ‘상호 비방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 행위 전면 중지’ 등을 하자며 남한에 제시한 이른바 ‘중대 제안’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북한은 24일 오전 “중대 제안은 위장 평화 공세가 아니다”라는 공개서한을 보낸 뒤 오후에 이산가족 상봉 수용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면 남북 대화 재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믿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북한은 “불미스러운 과거를 불문에 부치자”고 요구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책임을 회피하려는 주장이다.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얼마 전에는 개성공단을 멋대로 폐쇄해 5개월간 멈추게 했다. 북한이 연례행사인 한미 연합훈련을 트집 잡아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딴소리를 한다면 그들이 내놓은 ‘중대 제안’이 결국 위장 공세라는 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