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자 할머니 끝내 별세
1월 25일자 3면 보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가 26일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가족이 없는 황 할머니와 2003년부터 인연을 맺은 뒤 양아들 역할을 해온 서울 강서구청의 김정환 복지팀장(오른쪽)이 상주를 맡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생전에 한이 많으셨는지 할머니는 떠날 때 미처 눈을 감지 못했다.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모셨던 김정환 강서구청 복지팀장(49)이 뒤늦게 도착해 눈을 감겨 드렸다.
본보 기자는 15일 병실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만나 그의 선행을 25일자 3면에 보도했다. 당시 할머니는 말은 못 했지만 “할머니의 나눔에 대해 알리고 싶다”라고 얘기하자 고개를 돌려 기자를 올려다봤다. 눈빛이 맑았다. 이야기를 듣는 중간 중간 할머니는 큰 숨을 여러 차례 내쉬며 대답을 대신했다.
김 팀장은 “행여 동아일보 기사가 나가기 전에 돌아가실까 봐 마음을 졸였다”며 “25일 누워 계신 할머니께 기사를 읽어 드렸다. 기사를 못 보고 가셨다면 정말 속상해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할머니가 생전 즐겨 하던 말은 “사랑한다. 고맙다. 보고 싶다”였다고 한다.
빈소가 마련된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연분홍 블라우스에 갈색 겉옷을 차려입은 할머니의 영정은 간병인들이 할머니 앨범에서 찾았다. 간병인 김만심 씨(62)는 “최근에 찍은 영정은 너무 아파 보이셔서 고운 사진으로 찾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보낸 조화가 여럿 왔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오후 8시경 직접 조문을 했다. 김 대표는 “최소한 주한일본대사라도 할머니 앞에 와서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손영미 소장은 “할머니들이 (황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파 하셨는데, 다들 건강이 불편해 못 오셨다”며 “생전에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못 받고 떠나셔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로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생존자는 55명으로 줄었다.
강서구는 할머니의 장례를 구민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영결식은 28일 오전 10시 강서구청 주차장에서 하며 장지는 경기 파주시 삼각지성당 하늘묘원이다.
강은지 kej09@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