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로 13년만에 스포트라이트 정우
드라마 ‘응답하라 1994’ 한 편으로 13년 무명 생활에서 벗어나 스타덤에 올랐다. 정우는 요즘도 팬을 만나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폴더 인사’를 한다.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말 부산 남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뜻의 ‘쓰레기’란 별명은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일단 친구들과 두루 친해야 했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했다. 거기에 의리까지. 그런 점에서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 속 ‘쓰레기’ 정우(33)는 딱 맞는 별명을 얻은 셈이다. 그의 고향도 부산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정우는 “쓰레기란 이름에 애착이 간다. 듣다 보면 입에 착착 붙어 친밀감이 생긴다”고 했다. “대본을 받고 보니 애드리브를 할 필요도 없었어요. 대본 속 쓰레기란 역할이 정말 저를 잘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나정이 친오빠라면 삼천포나 해태도 남편감으로 괜찮아요. 나정이가 누굴 사랑했느냐가 중요해요. 나정이는 처음부터 쓰레기였어요. 나정이가 어장 관리했다고 욕하시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응사로 한 방에 뜬 그는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의 단역으로 데뷔한 13년 차 연기자다. 영화와 드라마 28편에 출연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늘 그를 비켜 갔다. “준비가 덜 돼 있었다. 지금 주목 받은 것도 큰 운이 따라 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몸값과 체감하는 몸값이 차이 나는 걸까. 아니면 겸손한 걸까. 정우는 요즘도 팬들이나 제작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폴더 인사’를 한다.
“변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합니다. 팬들께 감사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제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또 기도를 하면서 스스로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려고 해요.”
그의 말투에선 부산 사투리가 계속 묻어났다. 어떤 질문이든 답하고 난 다음엔 “하하하하하” 하고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표준어 쓴다고 아무리 까불어도 부산 토박이니까요. 부산 사람답게 손해 보더라도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고 한 게 배우 생활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반면 융통성 없다는 이야기는 좀 듣습니다.”
연애할 때도 그럴까. “연애할 때란 표현보다는 사랑할 때라고 해 주세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