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예비 엄마 음식 Q&A
속설과 달리 적당량의 밀가루 음식, 단 음식, 매운 음식, 커피, 생선회 섭취는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닭발 등 모양이 특이한 식품 섭취도 태아의 생김새와는 전혀 무관하다. 동아일보DB
임신 3개월째에 접어든 주부 박서영(가명·31) 씨는 매일 커피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커피에 든 카페인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다지만 그래도 조심스럽다”며 “반 잔만 마시고 버린 적도 많다”고 말했다.
예비 엄마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음식은 커피뿐만이 아니다. 날생선, 햄버거, 과자, 초콜릿 등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헷갈리는 음식이 여럿이다. 잘못된 정보도 많다. 먹으면 태아의 머리가 커진다는 음식부터 아토피를 부른다는 음식까지 다양하다. 잘 모르겠으니 일단 피하는 게 옳을까? 먹어도 되는 음식들을 억울하게 못 먹고 있는 건 아닐까? 임신부가 알아둬야 할 음식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Q. 과자나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태아에게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던데….
A. 아니다. 김민형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들이 섭취한 음식들을 분석한 결과 아토피를 유발하는 영양소가 나온 사례는 없었다”며 “오히려 음식을 가려 먹은 임신부의 아기에게 아토피가 잦았다”고 말했다.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할 때 아토피를 피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밀가루 음식은 칼로리와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과체중을 부를 순 있다. 하지만 아토피와의 연관성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Q. 과일이나 초콜릿, 케이크 등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태아 머리가 커진다는데….
태아의 체중을 측정할 땐 아기의 머리 크기와 배 둘레, 넓적다리 길이 등을 기준치로 삼는다. 머리와 배가 크면 아기 체중이 많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아기의 머리만 커지는 게 아니라 태아의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다.
A. 많이 마시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최대 300mg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레귤러 크기의 커피잔에 든 카페인 양은 100mg 정도다. 즉, 하루 세 잔 정도는 문제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면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면 된다. 하지만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초기 유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할 수 있다”며 “적정 용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원두 드립커피는 믹스커피보다 카페인이 더 많다. 카페라테는 칼로리가 높다. 연한 아메리카노가 칼로리와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장 무난하다.
Q. 임신 때 닭발이나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먹으면 해롭다는데….
A. 아니다. 매운 음식을 제한하는 대상은 임신부가 아니라 출산 후 산모다. 박보경 제일병원 영양팀 팀장은 “산모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캡사이신 등 자극적인 성분이 모유에 섞일 수 있다”며 “이땐 모유를 먹는 아기의 위장관이 손상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전 임신 기간이라면 매운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상관없다. 탈이 날 정도의 극도로 매운 음식이 아니면 괜찮다.
닭발은 매워서 먹지 말라는 건 아니다. 임신부에게 벌레 먹은 배추나 상추, 보기에 흉측한 혐오식품을 권하지 않는 우리 전통 관습 때문에 생긴 오해다. 매운 소스가 듬뿍 발린 닭발 또한 먹어도 상관없다.
Q. 연어나 전어회 등 날생선은 피해야 할까.
A. 아니다. 날생선을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생선의 기생충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기생충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한다. 기생충은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고 구충제로 충분히 퇴치할 수 있다.
다만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생선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또 중금속에 오염된 생선을 먹을 경우 중금속 성분이 임신부의 체내에 쌓이게 돼 위험하다. 익혀서 먹는 게 위생적인 면에선 더 안전하다.
박 팀장은 “‘뭘 먹으면 좋고, 뭘 먹으면 안 좋다’라는 게 딱히 정해진 건 아니다”라며 “영양소별로 적정량, 권장량을 지키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