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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부채 100조 시대… 지자체 파산제 검토

입력 | 2014-01-27 03:00:00

정부, 빚 30일 연체땐 구조조정… 예산 통제 등 방만재정 견제
일각 “복지 늘려놓고 책임 떠넘겨”




정부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지방자치단체를 파산시킨 뒤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 문제가 심각해 적절한 책임을 지게 하는 장치로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만기가 된 부채를 30일 이상 갚지 못하는 지자체에 대해 파산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파산제도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파탄 난 재정을 회복시켜 정상적인 행정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해당 지자체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예산 편성 등 핵심 권한을 통제한다. 이 제도는 선거 때마다 선심성 또는 전시성 공약이 남발돼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관행을 견제하는 장점이 있다.

안행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채무 규모는 27조1252억 원(2012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에 비해 49%나 늘었다. 여기에 지방공기업 부채까지 합치면 100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 수준이어서 지방재정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은 그대로 둔 채 파산제를 도입하면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의 지방재정 악화는 복지정책 확대와 무관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지자체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정부가 복지를 확대하면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 복지사업비 부담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고,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지방재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후 파산선고보다 사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방재정을 관리해 위기를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높이는 지방파산제도를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정부가 추진에 나선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여권이 철회하면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파산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야당과 지자체의 반발이 예상되고 지자체 파산제가 실제로 도입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지자체 파산제는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추진한 적이 있으나 지자체와 야당 등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번번이 논란을 일으킨 끝에 유야무야됐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