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공백 1년에 초긴장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1월 31일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1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SK그룹의 고위관계자는 27일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이달 31일이면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 수감된 지 만 1년이 된다. 대기업 총수로는 유례없이 긴 감옥살이다. 지난해 회장 공백으로 크고 작은 경영상 애로를 겪은 SK그룹에는 다음 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신규사업 줄줄이 포기, 조직 피로감
최 회장 수감 이후 재계 3위인 SK그룹은 신규사업 진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중대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인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지난주에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SK는 호주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에서 주유소 300여 곳을 운영하는 UP 인수를 검토해 왔다. 국내에선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9월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고, ADT캡스 인수도 중도에 포기했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에 참여하기 전 1년여 동안 반도체 공부를 하며 국내외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며 “수감 중에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지만 보고서 몇 장 읽고 조 단위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대기업 총수 중 최장 기간 수감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 최장 기간 수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 오너 범죄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엄격해진 데다 구속집행정지 또는 형집행정지 절차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2005년 구속됐다가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구속집행정지와 형집행정지를 반복하며 4개월이 조금 넘게 수감생활을 한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긴 수감 기간이다.
SK그룹은 다음 달 최종심 판결에서 항소심과 비슷한 판단이 내려질 경우 향후 그룹 성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석방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몇 년 동안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이 멈춰지면 성장은 물론이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