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국제부
베이징(北京) 시 제1 중급인민법원은 26일 1심 공판에서 지난해 7월 체포된 쉬즈융(許志永·41) 변호사에게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에이즈 환자 인권운동 등으로 수년 전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명됐던 후자(胡佳·40)도 이날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공안에 전격 체포됐다.
2003년 인권 시민단체 궁멍(公盟)을 조직해 활동해 온 쉬 변호사에 대한 판결이 나오자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매우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당국은 2009년에도 쉬 변호사를 25일간 구금 조사한 뒤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자 그가 이끄는 궁멍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를 씌웠다. 당시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베이징의 한 장소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당국의 처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더욱 진보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5년이 지나 수감된 그가 여전히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을까.
반부패 등 체제 개혁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주도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 안팎의 주목과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쉬 변호사와 후자 소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 체제 변화 요구의 한계가 어느 선까지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려 한 것 같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밑으로부터의 사회운동을 너무 방치하면 정치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인권 사회운동을 통해 국민의 변화 욕구가 여과되지 않으면 더욱 조직화하고 자칫 체제 밖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듯하다. WSJ도 쉬 변호사 등에 대한 탄압으로 더 큰 ‘신시민 운동’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구자룡·국제부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