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女 “남편이 놨다가 부러져”
대전에 사는 여정예 할머니(84)는 21일 건양대병원에서 ‘엉덩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엉덩이 쪽에 통증이 심해 지난해 12월 18일 병원을 찾았다가 X선 촬영을 해보니 오른쪽 엉덩이 피부 밑 4.5cm 깊이에서 부러진 주삿바늘 조각이 발견됐기 때문. 할머니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이어서 망설였지만 몸속에 주삿바늘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수술을 결심했다. 할머니 몸에서 빼낸 주삿바늘 조각은 길이가 2.5cm나 됐다.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김광균 교수는 “바늘 조각이 있는 부위는 신경과 혈관이 복잡하게 지나가는 곳이어서 수술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주삿바늘 조각이 할머니의 엉덩이에 있었을까. 할머니는 한참 동안 생각한 끝에 자신의 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60년 전 몸이 아프다고 했더니 군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던 남편이 엉덩이에 주사를 놔줬어요. 당시 주삿바늘이 조금 부러진 것 같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통증이 없어 지나쳤죠. 엉덩이 속에 주삿바늘이 들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김 교수는 “문제의 주삿바늘 조각은 통상 주사를 놓는 엉덩이 상단 바깥 부분에서 15cm가량 아래에서 발견됐다”며 “바늘이 엉덩이 아래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의자에 앉는 부위까지 내려와 통증을 유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