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온갖 정보 다 샌다]현오석 부총리 발언 질타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공개 질타한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공직자들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현 부총리를 대신해 사과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하게 경고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가뜩이나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 부총리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날 것을 알면서도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보제공 동의 방식이 고객이 읽기 힘들 정도로 작은 글씨로 되어 있고 동의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발급이나 결제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사실상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무분별한 고객 정보 수집 방식을 비판했다. 이는 “금융소비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주지 않았느냐”는 현 부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기도 하다.
현 부총리에 대한 강한 비판은 외교부에 대한 칭찬과 대비됐다. 박 대통령은 리비아 무장괴한에 납치됐던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의 무사 귀환과 관련해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낸 것에 대해 치하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한 기획재정부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발 시 문책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부총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현 부총리의 운명은 경제팀의 사태 해결 능력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장 경제팀은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제가 된 카드 3사 외에 전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 부문의 개인정보 보호 현황에 대한 점검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평소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안이 취약하다며 우려했다”며 “이번 기회에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관계 부처를 계속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찬현 감사원장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황 감사원장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는 신용사회에 큰 해를 끼친 사건”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정부 당국의 수습책을 적극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초 시민단체에서 공익감사 청구를 할 예정이라는데, 청구가 들어오면 감사 개시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