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원의 소설은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세계에서 이방인이었던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탐구했다. 맑고 섬세한 감수성과 아름답지만 절제된 문체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는 한국 근대문학 최초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을 쓴 시인 김동환(1901∼?)과 소설가 최정희(1906∼1990)의 큰딸로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73년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본명은 아란이며, 지원이라는 필명은 소설가 김동리가 지어줬다.
이번 선집은 한 작가의 선집이나 전집에서 작품을 연대순으로 수록하는 틀에서 벗어나 각 권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초·중·후기에 해당하는 중단편을 고르게 수록했다. 동생이 소장해 온 작가 사진 30여 점, 두 아들이 쓴 글, 문우(文友)인 소설가 이제하 서영은, 시인 문정희의 글을 함께 실었다. 이제하는 “호기심 강한 체질이 이 좁은 나라에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갈증 때문에 뉴욕 같은 이방으로 그녀를 내몰았을지도 모르고 그런 낯선 풍습에 혼융된 감성은 각별한 아취마저 자아내고 있지만 그녀가 일생 파고든 정한의 근거는 늘 이 나라였다”고 적었다.
1권의 표지는 이제하가 그린 캐리커처, 2권은 소설가 김승옥이 보낸 편지, 3권은 시인 김영태가 단편 ‘한밤 나그네’를 읽고 보낸 편지 및 그림으로 꾸몄다. 김지원의 문학 세계를 더 많은 독자와 나누고자 하는 유족의 뜻에 따라 이번 선집은 출간 뒤 1년 동안 권당 5000원의 특별 보급가로 판매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