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정보수집 범위 최소화AIA “텔레마케팅 규제로 타격”… 외국계 보험사 집단반발 움직임
앞으로 금융회사는 금융거래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가 민원을 접수하거나 경품 행사에 응모하는 이용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로 보고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안전행정부 등은 주민번호의 과도한 수집, 활용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거래를 할 때 개인을 식별하는 용도로 주민번호를 활용하는 것이 당분간 불가피하더라도 무분별한 주민번호 수집은 막아야 한다”며 “금융거래와 연관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금융회사가 진행하는 경품행사에 응모하거나 증권사 모의투자 경진대회 등에 참가할 때도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카드사에 사용 등록을 하거나 비밀번호를 바꿀 때 카드번호나 집 주소, 전화번호 등으로 충분히 본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만큼 금융거래 등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주민번호 요구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AIA생명보험의 홍콩 본사인 AIA그룹이 텔레마케팅(TM) 영업 제한 조치에 반발하는 내용의 서한을 금융 당국에 보냈다. AIA그룹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마크 터커 회장 명의로 보낸 서한에서 “이번 조치가 보험사의 TM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하고 직원 고용에도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AIG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라이나생명 등 미국계 보험사의 한국 자회사 대표들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조찬 회동에서 금융 당국의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외국계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에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에 대한 차별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