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의 상당부분 해외서 발생 ‘두 회사 매출액 합이 GDP 35%’… 국내 경제와 비교는 의미 없어
글로벌 기업 성장한 ‘빅 2’, 他기업엔 자극제이자 롤모델
‘국내 인재 싹쓸이’ 우려도 길게 보면 숙련된 인재배출 기여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같은 경제에서 매우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이 나오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분명한 것은 회사의 매출액과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내 어느 기관이 빅 투 매출액의 합계가 한국 GDP의 35%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는데, 한마디로 이는 별로 의미가 없는 숫자이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GDP와 두 기업의 부가가치를 비교해야 하는데, 기업의 부가가치 통계는 추정을 해야 해서 정확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201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부가가치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추정해 보면 각각 한국 GDP의 2.6%와 1.1%였다. 합하면 3.7%인데, 이는 11년 전인 2002년의 2.1%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아지긴 한 것이다. 두 회사의 글로벌 경영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하면 이들 부가가치는 GDP에는 잡히지 않는다. 물론 이들 회사가 국내에서 조달해 수출하는 부품이나 소재는 국내 부가가치가 되겠지만, 이 비중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의 회계에서는 전 세계 자회사나 종속회사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의해서 합해지므로 이들 해외 생산·판매분도 모두 기업 실적으로 잡힌다. 그러니까 두 기업의 부가가치에는 한국의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 반 이상 된다고 보면 된다.
빅 투가 2012년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9.4%는 정확한 숫자이나, 이 두 기업 이익의 3분의 2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보면 이 비교도 무리이다. 이는 좀 과장하면 류현진 선수나 추신수 선수의 연봉을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2014년에 류현진과 추신수의 연봉은 각각 64억 원과 199억 원으로 추정되며, 한국야구위원회(KBO) 9개 구단 선수의 총 연봉은 447억 원 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야구 빅 투’ 연봉의 합이 KBO 전체 연봉의 60%나 된다고 시비 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선수는 한국의 많은 프로 선수 및 프로 지망생들에게 굉장한 롤 모델과 자극이 될 것이고, 그 결과 한국 야구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기업 빅 투’도 이들이 거둔 해외 실적을 국내 경제 규모와 비교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기업이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며, 한국 경제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이다. 빅 투는 한국 경제의 혁신을 저해하는가? 인재와 자원을 선점해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가? 한국의 기업생태계에서 포식자(捕食者)인가, 아니면 초석(礎石)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기업의 성과는 인재와 시스템이 좌우한다. 중요한 것이 인재 선점인데, 과연 지금 빅 투가 국내의 인재를 싹쓸이해 다른 기업에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인재를 싹쓸이하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이들은 좋은 인재를 훈련시켜 시장에 내어 놓는다. IBM은 1990년대 초에 당시 사원의 40%인 18만 명을 감원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나중에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중추적인 인력이 되었다. 최근에는 핀란드의 노키아나 캐나다의 블랙베리에서 나온 인재들이 두 나라의 신규 창업의 주역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빅 투’에 대한 논의는 이 기업들이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과 경영 혁신을 선도해서 한국 경제 전체의 초석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