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고 폭발하는 순간 모두가 패자 됩니다
윗집-아랫집 갈등 대처법
층간소음 갈등으로 법정까지 간 이웃들은 승자든 패자든 씁쓸한 결말을 맞는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에 사는 오모 씨(44)는 층간소음 ‘승소자’다. 지난해 위층 신혼부부를 상대로 5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법원 조정에 따라 위층 부부의 사과까지 받아냈다. 이 부부는 사과 직후 자기 집을 내놓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웃을 갈아 치운 오 씨는 ‘승자’일까.
서울 성북구 J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48)는 아랫집의 층간소음 항의를 견디다 못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2012년 4월 이 신청을 받아들여 아랫집 거주자에게 박 씨 집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지 말라고 판결했다. 중고교생인 박 씨의 두 딸은 요즘 엘리베이터를 탈 때 공포에 떤다. 아랫집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욕설을 퍼붓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집을 전세로 내놨다. 송사에 휘말린 집으로 소문 나 요즘 같은 전세난에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이 ‘소음 유발형’ 공동주택은 압축 성장의 부산물이다. 건설사들은 가구 수를 늘리려 층간 높이를 최대한 낮췄다. 정부는 이런 돈벌이를 방관했다.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층간소음을 안중에 두지 않았던 시대의 희생자인 것이다. 위층과 아래층 모두 피해자다.
층간소음은 자동차 경적소리와 비슷하다. 차 안의 운전자는 자기가 울리는 경적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지만 밖의 보행자에겐 급작스럽고 위협적인 괴성이다. 층간소음도 소음을 내는 쪽과 듣는 쪽이 겪는 경험의 격차가 크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살인 방화로 이어지는 극한의 투쟁이 시작된다.
한국인에게 집은 빚잔치까지 해가며 어렵게 마련한 재산 1호다. 척박한 경쟁의 장에서 탈출해 쉴 수 있는 마음속 대피소다. 집을 전쟁터가 아닌 안식처로 만들 비상구는 어디 있을까.
신광영 neo@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