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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주부 4인 바람과 불륜에 대처하는 자세

입력 | 2014-01-29 16:03:00

[Real Talk]“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랑 있다면 위기는 지나가죠”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구질구질한 눈물과 집착 대신 책임감, 연민, 후회 등 오랫동안 곱씹어볼 만한 불륜의 이면이 등장한다. 어느 날 내 인생에 드라마처럼 불륜이란 불청객이 찾아온다면? 주부 4인이 ‘불륜’에 관한 속내를 고백했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화제다. 여자 주인공 나은진(한혜진)과 송미경(김지수)의 불륜 대응법은 분명 기존의 불륜 드라마와 차별화된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괜한 걱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나은진과 송미경은 각자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인물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캠퍼스가 떠들썩할 정도로 연애하고 결혼한 은진은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던 시절, 남편 성수의 외도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미경 역시 어린 시절, 밖에서 아들을 낳아온 아버지 때문에 평생을 남편에 대한 증오감으로 힘들어했던 엄마를 보며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남편 재학에게 추악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살아왔다. 잘난 남편, 공부 잘하는 두 아들, 내조의 여왕인 자신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완벽한 울타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은진과 재학의 불륜으로 불행은 시작된다.



 Episode 1 판도라의 상자, 나는 과연 열 수 있을까

“당신은 지금 선택할 수 있어. 판도라의 상자가 있어.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지금 상자를 열지 않는다면 영원히 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그렇다면 당신 말대로 다시 시작해볼게.”


남편을 속인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은진. 한편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예전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성수. 결국 은진은 자신의 비밀을 판도라 상자에 봉인한 채 남편에게 상자의 문을 열 것인지 말 것인지 묻는다. 만약 남편이 상자를 연다면 자신의 불륜을 고백해야 하는 상황. 나라면 자신의 외도를 배우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토끼 알려질 때 알려지더라도 절대로 얘기하지 않을 것 같아요.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신뢰잖아요. 정말 이혼을 결심한 게 아니라면 내 마음 편하자고 상대에게 비밀을 털어놓지는 않을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성수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는데도 나중에 결국 은진 스스로 불륜을 고백하는데, 그때 성수가 그러잖아요. “어떻게 넌 거짓말도 못하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도 남편한테 굳이 얘기하지 않아요. 결혼 초에 저 역시 남편한테 “어떤 짓을 하든 들키지만 마라”고 했고요(웃음).

남편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끝까지 숨기겠지만 드라마에서는 은진이 누군가로부터 불륜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잖아요. 그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얘기를 듣게 하느니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이 털어놓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배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랄까요.

고양이 혼자 괴로워할 바에야 남편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은진은 남편에게 배신을 당해봤잖아요. 한편으로는 너도 그랬으니 나도 한 번 이해해달라는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입장을 바꿔 만약 제 남편이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면 한번은 눈감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저도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여우 은진과 성수처럼 오래 연애했고 사랑했던 기억이 많은 부부라면,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경과 재학은 처음부터 사랑 없는 결혼을 했잖아요. 그들은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 Episode 2 플라토닉 러브, 불륜일까?

“사랑했어. 마음을 다 줘버렸어. 자고 싶었는데 못 잤어. 자면 우리 사랑이 다른 바람피우는 사람들이랑 똑같아지잖아. 윤정 아빠랑 사는 게 전쟁 같았다면 그 남자랑 있으면 평화로웠어. 기댈 수 있어서 좋았어. 도망가서 같이 살고 싶었어.”

은진의 친정어머니가 딸의 불륜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해 잤는지 안 잤는지를 추궁하자 은진이 한 말. 플라토닉 러브, 육체적 교감이 없었다면 과연 그것도 바람으로 칠 수 있을까?

토끼 육체적 탐닉이었다면 차라리 나을 것 같아요. 서로 정신적으로 교감이 돼야 진정한 부부라 할 수 있는데, 그 짓을 내가 아닌 다른 여자랑 했다면 그건 더 용서할 수 없어요.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것 같은데.

아내들이 남편에게 진짜로 원하는 것도 화끈한 잠자리보다 눈 맞추고 다정하게 얘기하는 거잖아요. 은진도 그걸 아니까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줬다는 것 자체로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여우 그러니 미경 입장에서 보면 너무 안됐어요. 평소 재학이 미경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온기가 느껴지지 않잖아요.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걸 알았을 때 배신감보다도 ‘결국 저 남자는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는 절망감이 훨씬 컸을 것 같아요.

고양이
안 잤다면 바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무리 사랑했다 하더라도 은진과 재학처럼 깨끗하게 마무리를 지었다면, 물론 상대방에게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 Episode 3 이혼 못하는 여자

“한심해. 얼마나 자신 없고 초라하고 못났으면 (남편이 바람피웠는데도) 빌붙어 살아? 그 여자랑 눈만 맞췄겠어? 치욕스럽지 않아? 딴 여자랑 그런 짓 한 놈이랑 잠자리도 하니? 나 같으면 벌써 치웠어.”

미경이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은진에게 외도한 남편과 사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서 한 말. 재학의 외도를 알고도, 심지어 상대가 은진이란 걸 알고도 쉽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 아는 사람은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랑 서둘러 결혼했는데, 남자가 결혼하고도 옛날 여자를 못 잊고 계속 만났어요. 결국 아내가 임신 8개월 때 그 사실을 알고 당장 이혼하겠다고 하니까 남자가 잘못했다며 빌다가 그래도 안 되니까 자살 기도까지 했는데 병문안을 가봤더니 이혼하겠다던 아내가 병간호를 하고 있더라고요. 배속의 아이를 생각해서 쉽게 이혼하지 못했을 거예요.

토끼 맞아요. 다 자식들 때문이죠. 저 같은 경우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남편이나 저나 각자 집안의 맏이로서 가족들을 실망시킬 수 없을 것 같아요.

여우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 결혼시키고 이혼하는 부부들이 많아요. 제 주위에도 여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남자가 꾹 참고 나중에 아이가 결혼하면 이혼하기로 합의한 커플이 있어요.

고양이 미경이 끝까지 이혼하지 않고 살 생각이었다면 남편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랑 다시 잘해보려고 잠자리까지 가졌으면서 또 “나랑 하는 게 좋아, 걔랑 하는 게 좋아” 하고 묻잖아요. 그 말 듣고 질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미경의 심정은 너무 이해돼요. 그동안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얼마나 헌신적으로 대했어요.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처음에는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참으려고 했잖아요. 그것도 너무 안쓰러워요.



# Episode 4 남편의 여자를 대하는 자세

“넌 날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내가 네게 했던 저주의 말들 퍼즐처럼 찾아서 맞춰봐. 그 말들이 널 꽁꽁 묶어서 어디서든 날 기억하게 할 거야. 그럼 네 인생은 상간녀로 시작해서 상간녀로 끝날 거야.”

의도적으로 은진과 같은 쿠킹 클래스에 다니면서 은진을 지켜봤던 미경이 드디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마지막으로 은진과의 관계를 정리하며 저주의 말들을 쏟아낸다. 불륜녀를 응징할 용기, 내게 있을까.

토끼 상대 여자는 만날 필요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될 것 같아요. 마음이야 상간녀 머리채라도 잡아끌고 싶겠지만, 결국 내 상처만 커질 것 같아요. 응징해야 할 사람은 상대 여자가 아니라 내 남편이죠. 내 거 내가 단속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불륜녀를 만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못 만나요. 제 남편이 바람을 피운 건 아니지만, 한때 너무 신경 쓰이는 여자가 있었어요. 남편이 저보다 두 살 연하인데, 결혼도 일찍 해서 당시 남편 나이가 스물한 살이었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학원에 다녔는데 거기서 만난 스무 살짜리 여자아이와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고 사진까지 같이 찍었더라고요. 한번 만나야겠다 싶어서 약속을 잡았지만 결국 못 나갔어요. 아기 낳은 지 얼마 안됐을 때라 망가진 모습을 보이기 싫었고, 막상 만나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남편 말을 믿기로 했죠.

여우 자신을 위해서라도 만나면 안 될 것 같아요. 저같이 예민한 성격은 만약 상대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까지 확인한다면 말라 죽을지도 몰라요(웃음). 하지만 남편에게는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분명히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이혼을 하지 않을 거라면 미안한 마음에라도 앞으로 아내한테 잘하지 않을까요.

고양이 쿠킹 클래스 강사인 안나(최화정)가 미경에게 그러잖아요. “이혼한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그토록 가정을 지키려 했으면서 왜 나 자신을 지키는 일에는 소홀했는지 후회한다”고요. 복수는 오히려 자신을 더 큰 수렁에 빠지게 할 것 같아요.


# Episode 5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해!

“미안해. 내가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것 같다.”(성수)

“아니야. 결혼이 어디 한 사람의 잘못으로 엉망이 되겠어. 우리 둘 다 뭔가 잘못했어.”(은진)

은진과 성수, 미경과 재학이 과연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지 궁금하다. 드라마 제목처럼 평소 두 부부 사이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아니 지금부터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 시작한다면 두 커플의 냉전은 평화 모드로 돌아설 수 있을까.

고양이 은진이 처음 성수가 바람피웠을 때 남편한테 “우리 사랑이 이렇게 나약하니?”라고 묻잖아요. 사실 두 사람의 사랑은 꽤 견고한 것 같아요. 결혼해서 살다 보면 꼭 바람이 아니어도 서로 상처를 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고비를 잘 넘으려면 겉으로는 투닥투닥거려도 저변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은진과 성수는 앞으로라도 따뜻하게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여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한 부부는 미경과 재학이에요. 바람피운 걸 들키고 나서도 재학의 태도가 미경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잖아요. 재학이 변하지 않는 한, 미경의 짝사랑은 그만두는 게 낫다고 봐요. 솔직히 드라마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앞으로 재학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현실에서 보면 사람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토끼 맞아요. 더욱이 미경의 경우 며느리가 자기 아들에게 빌붙어 산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있는 상황에, 남편까지 냉정하게 나온다면 상처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또 미경 스스로도 상대방을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은 잘못돼 있죠.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재학이 미경에게 어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지 가장 궁금해요. 사실 드라마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은 미경인 것 같아요. 불우했던 어린 시절도 그렇고, 결혼해서는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그리고 자신 역시 그게 행복이라 믿으면서 자기 자신을 혹사한 것 같아요. 결국 재학이 미경을 따뜻하게 안아줄 지가 가장 궁금해요.


▼배우자의 바람, 몇 번까지 용납 가능할까? ▼

얼마 전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7백48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바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결혼하면 남편의 외도를 한 번은 봐줄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한 번은 용서한다’는 응답이 40.5%로 가장 많았고 남성들 중 같은 응답을 한 사람은 24.3%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 남성 중 43.9%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이혼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여성은 36.9%가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이혼하겠다고 답했으며 맞바람을 피우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은 30.7%, 여성은 21.7%로 나타났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배우자의 바람을 용서했을 경우에는 차후 이혼 청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상대방이 바람피우는 것을 미리 동의했거나 나중에 용서해줬을 때는 이혼 청구권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부정행위를 안 날을 기준으로 6개월, 사유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2년이 흐르면 더 이상 이혼 사유로 삼을 수 없다.

정리·김유림 기자|사진·지호영 기자,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기사는 여성동아 2014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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