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처음 개최된 겨울올림픽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주로 열렸다. 이 지역을 벗어난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일본 대회뿐이었다. 역대 개최지는 모두 지구 북반구에 위치해 있고 ‘돈 많은 나라’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7일 소치에서 겨울올림픽을 개막하는 러시아는 올림픽 사상 최대인 500억 달러(약 53조 원)를 투입해 돈 잔치에 가세했다.
▷겨울스포츠의 특성상 더운 기후의 국가들은 참가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선수 발굴과 훈련이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실내 빙상 시설이 발달하면서 동계 종목들이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긴 했으나 역시 돈이 필요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위해 짓는 봅슬레이 경기장의 경우 건립 비용이 1200억 원에 이른다. 후진국은 감당하기 힘든 돈이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낸 국가는 노르웨이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순이다. 하나같이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이다. ‘부자들의 올림픽’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하다.
▷경제력이 선진국에 못 미치는 한국의 선전은 다른 국가들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한국이 겨울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금메달 23개를 포함해 45개로,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44개)과 일본(37개)을 앞지른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 등에서 비(非)서구권으로는 가장 강력한 존재로 떠올랐다.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동안 37개의 메달을 따낸 쇼트트랙은 한국의 간판 종목이다. 한국인이 순발력 민첩성에서 서양인보다 뛰어난 점을 활용하고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매진했다. 피겨 스타 김연아는 국가적인 육성 시스템이 아니라 ‘타이거 맘’인 모친의 17년 열성 위에서 탄생했다. 한마디로 틈새 전략과 ‘엄마의 힘’이 한국 빙상의 기적을 이끌었다. 어쩌면 한국이 걸어온 길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겨울올림픽의 대표 종목인 스키 등에선 아직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다. 한국 빙상의 한계일지 모른다. 소치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대 규모다. 주력 종목과 함께 취약 종목에서도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