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첫 보직교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에거 교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버나드 에거 교수. 한국의 국제화 점수를 묻자 그는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로 10점 만점에 7점”이라고 답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지금은 북한 뉴스에도 무덤덤해졌지만 2003년 한국에 오기 전만 해도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이 컸다. 스위스에서 한국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남북긴장이 고조될 때면 한국 언론보다 스위스 언론이 더 난리였다. 에거 교수는 “막상 와 보니 서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더라”면서 “이제는 나도 매일 출근하고 일상 업무 하느라 장성택 처형 같은 북한 관련 뉴스가 나와도 특별히 신경 안 쓰고 산다”며 웃었다. 그의 부모님도 아들을 한국으로 장가보낸 뒤 한국을 3차례 찾았다. 평화로운 서울의 일상을 목격한 뒤 안심했지만 그래도 북한 뉴스를 접하면 아들에게 “괜찮니?”라며 안부전화를 걸어온다고 한다.
에거 교수에게 서울대가 2012년부터 하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 모시기’에 대해 물었다. 서울대는 매년 3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10억∼15억 원씩의 연봉을 주고 노벨상 수상자나 그에 준하는 석학을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12년 연봉 15억 원을 받고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토머스 사전트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는 지난해 서울대를 떠났다. 에거 교수는 “이 정책은 위험하다(dangerous)”라고 말했다. 그는 “10억 원이면 서울대 교수 20명이 5000만 원짜리 프로젝트 연구를 할 수 있는 큰돈”이라며 “노벨상을 돈으로 사려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좋은 연구환경을 만드는 데 지원을 늘리고 시간을 들이면 언젠간 한국에서도 노벨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다. 학부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에거 교수는 “서울대생은 질문을 안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혼자 책 보고 공부할 땐 잘하는 것 같은데, 수업에 들어오면 종 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고 다들 앉아서 듣기만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들 이해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가 시험답안지를 받아들고선 “오 마이 갓! 아무도 내가 가르친 걸 이해 못했어!”라고 외친 적도 있다. 그는 “영어가 서툴러도 좋으니 질문하고, 한국말로라도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는 한국어에도 능통하다. 또 “스위스 학생들은 궁금한 점을 수업 전에 미리 공부하기보단 수업시간에 질문을 해 푸는 게 보통”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한 적은 없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에거 교수는 “아내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친구도 많고, 한국말도 편해서 이젠 스위스보다 한국이 더 좋아요”라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휴가차 오후 1시 항공편으로 고향에 간다는 그와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서자 그가 “살펴가세요!”라고 소리쳤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