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위안부 피해자 기획전’ 폐막
2일 폐막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에 나온 대표 출품작 김광성 정기영 작가의 ‘나비의 노래’를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이 작품은 16세에 위안부로 끌려가 평생 상처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온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참가해 동료들과 일본의 사죄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조직위원회 제공
만화를 지켜보는 외국 관람객들은 안타까움과 충격으로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하는 ‘수요집회’ 모습을 그린 만화도 걸렸다. 옆에는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도 나란히 있었다. 그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도 있었다.
2일(현지 시간) 폐막된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프랑스 ‘2014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이 기획전엔 이현세 박재동 김광성 백성민 김금숙 등 작가 19명이 만화, 애니메이션 등 25편을 제작해 10대 소녀를 성노예로 삼은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한(恨)을 증언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붙이는 ‘소원의 벽’에 붙은 그림. 여성을 학대하는 남성을 ‘슈퍼 코리아’란 캐릭터가 혼내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조직위원회 제공
여성인권운동가인 파브리스 비르질리 프랑스 국립과학원 책임연구원은 “유럽 여성들은 위안부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 여성 성폭력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프랑스 안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편적 가치인 ‘여성 인권’ 앞에서 세계인이 한목소리를 내자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의 주장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일본의 일부 기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위안부 기획전 개막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 정치적인 행사는 놔두고 일본만 철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니콜라 피네 아시아담당 디렉터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알리는 것이 정치적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기획전에 참가한 김광성 작가는 “진실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진실에 기반한다면 우리 목소리를 내는 데 더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위안부 기획전은 앞으로 프랑스 앙굴렘을 벗어나 세계 각지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조직위에는 앙굴렘에 참가한 출판사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한 중국, 위안부가 설치됐던 싱가포르 등에서 기획전을 유치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조직위는 이와 별도로 나치의 학살이 자행된 프랑스 오라두르쉬르글란 마을을 사전 답사하고 기획전 전시를 검토 중이다.
앙굴렘=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