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말 한마디]황정민(KBS 아나운서)
황정민(KBS 아나운서)
“1등 할 필요 없다. 1등 하면 다른 사람들이 뒤쫓고 남의 눈에 띄기 시작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인생은 즐기면 그뿐이다.”
다행히도 그런 시절은 곧 지나갔다. 내게도 프로그램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바빠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체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프로그램이 내게 들어왔다. 그때도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앞서 갈 필요 없다. 인생은 여유 있게 즐기면 되는 거다.”
선배 엄마들을 만나면 나만 뒤처진 느낌에 마음이 급해진다. 영어 유치원도 안 보냈고 수학도 두 개씩 학원을 보내야 하고 국어도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는데 부모가 아니라 학부모가 돼야 하는 시점에 내가 너무 아이를 방만하게 키운 건 아닐까 걱정만 앞선다. 누군가는 다 아이들 하기 나름이라고, 잘하는 아이들은 어디에 두어도 두각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맘은 편치 않다.
아이에게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해줄 수도 있을 텐데 나의 조바심에 지금 넘어지면 다른 아이들 다 앞서 가고 더 힘들어질 거라고 위협과 협박으로 아이의 등을 떠미는 나의 모습이 싫다. 성공한 사람이 꼭 더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목표를 높게 잡으면 우리 아이가 자극받고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싶어서 기왕이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인생을 즐기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내 아이들에게도 해줄 수 있을까? 꼭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 너답게 살라고 얘기해 줄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