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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기자의 여의도 X파일]“영화 감독들은 증권가를 싫어해”

입력 | 2014-02-04 03:00:00

업계 종사자들 볼멘소리 쏟아내




이원주 기자

최근 만난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은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두 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지난달 초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영화와 다음 달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 ‘찌라시’가 그 대상인데요. 두 영화 모두 국내외 증권가를 배경으로 했는데 증권가 사람들이 모두 범죄자인 것처럼 취급당했다는 겁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실제로 있었던 희대의 주가 조작꾼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개봉 3주가 지나도 꾸준히 관객이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 미국 증권가는 검은돈과 마약, 섹스 등 불건전한 ‘거래’가 포함된 나쁜 이미지로 묘사돼 있습니다.

이달 개봉하는 한국 영화 ‘찌라시’는 증권가에서 은밀하게 도는 정보지 내용 때문에 목숨을 잃은 여배우와 그 죽음에 대한 속사정을 파헤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제작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힌 적이 없지만 예고편을 본 많은 영화 팬들이 배우 고 최진실 사건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을 부정적으로 그린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개봉되다 보니 폭발력이 생긴다는 점 때문에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불만도 일견 타당합니다. 특히나 최근 여의도가 유례 없는 불황에 휩싸여 있다 보니 그나마 얼마 안 남은 투자자도 떠날까 속앓이를 하는 모습입니다. 한 증권사 직원은 “과거에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여럿 있었지만 한 번도 긍정적으로 묘사된 적이 없었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시장 전체를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 투자자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속이 쓰릴 겁니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은 이 같은 ‘주홍글씨’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투자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 혹은 직원 개인의 이익이 부딪칠 때 완전히 투자자 입장에서 행동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직원 할당량 때문에 인기 있는 상품을 ‘무조건’ 추천하지는 않았는지, 거래만 많이 해준다면 주가 조작꾼이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혹시 해보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증권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잘못됐다고 탓하기 전에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금융투자업계가 냉소가 아닌 격려를 받으며 따스한 봄 햇살을 쬘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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