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개봉 18일만에 600만 돌파… 애니 흥행 최고기록
세월에 따라 디즈니 공주의 외모도 변해 왔다.서구 미인이던 공주들이 최근에는 개성적인 외모로 바뀌었다. ‘겨울왕국’의 주인공 안나(왼쪽사진 오른쪽)는 낮은 코에 주근깨가 매력 포인트다. 오른쪽은 섹시함으로 주목받는 엘사. 디즈니 제공
영화의 OST는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고,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옮겨 담은 책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겨울왕국 신드롬은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어른 관객이 몰려들어 가능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겨울왕국에 열광하는 성인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어린이 관객과 청소년 이상 관객 비율을 추정하는 기준이 되는 더빙판과 자막판 스크린 비율도 자막판(56%)이 더빙판(44%)을 앞질렀다(2일 기준).
전문가들은 겨울왕국에 성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로 ‘유치하지 않은’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꼽는다.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했는데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해석의 여지가 넓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최근 애니메이션들의 고전을 해석하는 방식이 패러디에 그친 반면, 겨울왕국은 전통 동화가 가진 힘을 기반으로 시대적 변화상을 반영해 ‘뉴 클래식’을 탄생시켰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심, 가부장적 시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받았던 디즈니는 지속적으로 변신해 왔다.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안나와 엘사는 선배 디즈니 공주들과 달리 왕자 캐릭터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난관을 헤쳐 나간다.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나 낮은 코는 비서구 시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창완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미국 중심이었으나 갈수록 여러 문화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 겨울왕국의 캐릭터 역시 다국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디즈니가 2006년 픽사와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겨울왕국의 공동제작자 존 래시터는 픽사 출신으로 ‘토이스토리’를 만들었으며 현재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티브 팀을 총괄하고 있다. 한 교수는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픽사 특유의 발랄한 스토리텔링이나 속도감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 여주인공 엘사, 몸매 드러내고 색조화장까지 ▼
노출 자제한 1세대들과 차별화
엘사와 안나를 빼면 현재까지 디즈니에서 공식 공주로 인정받은 캐릭터는 백설공주(‘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년)부터 메리다(‘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년)까지 모두 11명. 원작을 바탕으로 누리꾼들이 추정한 공주들의 평균 나이는 약 17세이며, 최연소는 14세인 백설공주, 최고령자는 19세인 신데렐라(‘신데렐라’·1962년)다. 미성년자였던 선배 공주들과 달리 극중 여왕으로 등극한 엘사는 21세다. 성년이 된 엘사는 어깨선과 각선미를 과감히 드러내는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색조화장을 하고 나온다.
엘사의 여성미는 앳된 선배 공주들의 외모와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역대 디즈니 공주들은 1세대 ‘귀여운 소녀’에서 2세대 ‘중성적인 말괄량이’로 변화해 왔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1세대 공주들은 속치마까지 꼭꼭 챙겨 입으며 노출을 자제했고, 메리다와 라푼젤로 대표되는 2세대 공주들은 머리를 풀어 헤치거나 활을 메고 다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