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사학과-컴퓨터공학부 공동개발 SW ‘직소맵’ 적용해보니…
양안은 개별 토지의 위치와 면적, 등급, 소유자 등을 기록한 의미 있는 사료지만 그림 없이 글자만으로 쓰인 1차원 자료라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2차원 자료인 지도에 대응시킬 수 있으면 훨씬 유용한 자료가 되지만 기존의 수작업 방식으로는 마을 하나의 양안 자료 처리에만 몇 달씩 걸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직소맵은 광무양안에 수록된 개별 토지의 면적과 모양, 인접 지형지물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이들 정보를 인식·종합해 지적도상에 이 땅의 위치를 찾아 표시해 준다. 이 과정이 마치 직소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해 ‘직소맵’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소프트웨어 덕분에 수작업으로 두세 달씩 걸리던 작업을 2주면 마칠 수 있게 됐다.
직소맵은 기획과 개발, 수정과 보완에 꼬박 2년이 걸렸다. 서진욱 교수는 “사학계의 용어도 낯설고 한자도 많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며 “반쯤 국사학자가 되어야 개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컴퓨터공학부 연구원들이 수작업 방식으로 자료를 연결하는 체험도 했다”고 말했다.
이 소프트웨어로 경기 충남 경북 등 3개도 7개 이(里)의 광무양안과 지적도를 연결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 대상지 대다수에서 양안에 기록된 땅의 면적이 지적도상의 면적보다 10∼50%까지 축소돼 올라 있었다. 수확량이 적은 개울가나 산기슭 인근 경작지는 아예 양안에 올리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양안에 면적을 줄여 올렸거나 아예 누락된 땅은 주로 빈농(貧農)의 소유지였다. 김건태 교수는 “이는 대한제국의 세금정책이 빈농에게 숨쉴 틈을 만들어 줬다는 뜻”이며 “세금을 부자에게는 많이, 빈자에게는 적게 걷는 균세(均稅)정책이 양전 작성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족보 같은 고문서 추가 확인을 통해 땅 주인의 신원을 추적한 결과 양안에 기재된 땅 주인 이름 중 상당수는 실명이 아니었다. 돈이 오가는 문제에 사대부 이름이 거명되는 것을 꺼려 아호나 자(字)를 쓰거나 노비 이름을 가명으로 삼은 호명(戶名), 마름이나 소작인의 이름을 대신 올린 경우가 많았다. 당시 양반을 중심으로 이름을 여럿 쓰는 풍습이 있었고, 이런 이름으로도 토지 매매가 가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팀은 최근 직소맵을 서울대 규장각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직소맵은 어떤 지도든 이와 연동할 고문서 자료만 있으면 유사 작업이 가능해 고대사나 중세사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다. 김소라 서울대 국사학과 연구원은 “도읍이나 촌락의 배치 관련 문헌이 남아있고 고지도도 일부 전해지는 고구려나 신라사의 연구자들이 직소맵을 쓰고 싶다고 문의하고 있다”고 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