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 2010년대 한국…
극중 비서로 일하다 금녀의 벽을 부수고 여성 카피라이터로 승진하는 페기 올슨(엘리자베스 모스). 시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사진 출처 미국 AMC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 의회에서 새해 첫 연설(연두교서)을 하던 도중 이 말을 던지자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무슨 드라마길래 대통령 연설에 아무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농담의 소재로까지 등장했을까.
‘매드멘(Mad Men)’은 1950, 60년대 미국 뉴욕 매디슨 가에 밀집해 있던 광고업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AMC에서 시즌6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말버러맨’ 캠페인을 전개했던 전설적인 광고인 드레이퍼 대니얼스를 모델로 한 돈 드레이퍼(존 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란 법은 없다. 돈은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려 애쓰는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 역시 당대 미국의 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여전히 흑인은 웨이터나 벨보이 정도, (백인) 여성은 그보다 좀 더 나은 비서 역할이 커리어의 최대치다. 여자 직원이라면 직장에서 남자를 낚아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이 최종 목표로 여겨지고, 결혼하고도 일하는 건 불행한 인생으로 취급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성보호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 드라마를 언급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시 민주당답게 이 드라마가 미국의 진보를 상징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은 흔히 ‘좋은 시절’로 기억되는 당시 미국에 실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차별이 존재했는지 느낄 수 있다. 미국이 세계 1등 국가의 칭호를 얻고 난 뒤에도 부조리와 불합리를 깨고 끊임없이 진보해 왔으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미국 언론도 이 대목을 주목했는지 시사주간지 타임은 연두교서 발표 직후 매드멘 시대와 현재의 여권(女權) 수준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여성은 남성이 임금 1달러를 받을 때 60센트를 받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남성 1달러당 77센트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한국 상황이 궁금해서 기사를 좀 뒤져봤는데, 웬걸. 우리나라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64% 수준이라고 한다. 1950년대가 아니고 2010년대 얘기다. 진보할 여지가 많아 좋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