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스스로 강하다고 믿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현상도 모두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 특히 리더들이 그렇다.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강인함을 내세워야 한다고 믿는 리더가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온화함이다.
독일 에를랑겐 뉘른베르크대의 안드레아 아벨레 교수와 그단스크대의 보그단 워시즈케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이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시간관리’와 같은 기술을 배우는 프로그램과 ‘사회적 관계 형성’ 등 인성과 관련한 프로그램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자신에게 기술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각자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 유능함이나 주도적인 의사결정과 관련한 일화를 들었다. “나는 첫 시도에서 바로 조종사 자격증을 땄습니다”라는 식이다.
반면 다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내 친구는 이웃에게 무료로 수학을 가르쳐 줬습니다”처럼 그 사람의 온화함과 관대함을 강조하는 일화로 답했다. 타인에게 온화함을 기대하는 인간 심리가 확인된 셈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