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온갖 정보 다 샌다]대포통장 주인도 공범으로 간주… 징역 3년-벌금 2000만원 처벌금융사 정보 공유… 대출 등 불가능, ‘정보약자’ 청소년-노인 주의해야
최정근(가명·25) 씨는 2년 전 저지른 잘못으로 아직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주변 사람의 부탁으로 통장을 만들고 빌려줬다가 그 통장이 사기에 이용되는 바람에 ‘대포통장 주인’이 되고 말았다. 통장을 빌려간 지인은 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사기범에게 자기 이름의 통장을 제공한 최 씨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대포 통장을 만든 전력이 있어 은행통장 개설을 거부당했다. 은행계좌가 없으니 취업도 어려웠다. 지금 그는 동생 통장으로 월급을 받으며 동네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포통장 명의자의 12%는 30세 미만이고 6.7%는 60대 이상이었다. 2011년 9월 말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대포통장 금융사기 3만6417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1만8552건(50.9%)이 개설 후 5일 이내에 사기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을 판 대가는 혹독하다. 대포통장이 금융사기 등에 이용되면 통장 주인은 범죄 공범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판례에 따르면 대포통장 주인은 피해자가 본 손해의 50∼70%를 떠안았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적발 후 1년간은 예금계좌 개설이 안 되고, 이후에도 해당 정보가 각 금융사 전산망에 올라 심사자료로 활용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포통장에 연루된 사람은 신용카드 발급, 대출 등을 받기 어렵다”며 “정상적인 금융거래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기를 위해 대포통장을 거래하는 범죄자들이 한 푼이 아쉬운 가출 청소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일도 많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대출, 취업 등 어떤 이유로든 통장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는 건 사기이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