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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취재파일/이헌재]기자들 깨운 새벽 5시 호텔 대피방송… 밖에서 20분 떨고 나니 “경보기 고장”

입력 | 2014-02-06 03:00:00

[2014소치 ‘위대한 도전’]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어서 일어나 봐, 큰일이 난 것 같아.”

미디어 숙소에서 함께 방을 쓰는 사진기자 선배가 몸을 흔들어 깨웁니다. 어둠 속에서 시계를 보니 오전 5시입니다.

스피커에서 무슨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처음엔 러시아어로, 다음엔 영어로 계속 반복됩니다. 유심히 들어보니 이런 내용입니다. “긴급 사태, 비상계단을 이용해 즉시 건물에서 대피하세요.”

테러라도 난 것일까요. 아니면 최소한 화재라도 발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잠이 확 달아납니다. 부랴부랴 점퍼만 걸쳐 입고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한국 기자는 물론이고 외국 기자들까지 모두 나와 있습니다. 급하게 나오느라 맨발에 슬리퍼 차림의 기자도 보입니다. 의도치 않게 여기자들의 민낯도 보게 됩니다.

밖에서 20여 분을 기다려도 별다른 일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스피커는 끊임없이 “긴급 사태”를 외치고 있습니다. 요란스럽게 경보가 울려도 소방차는커녕 안전 관련 요원도 근처에 오지 않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호텔 시설 관리 직원은 “누군가가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운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별일이 아니니 다시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호텔 관리실을 찾아 직접 이유를 물어본 한 외국 기자는 “경보기 단순 고장으로 경보가 울렸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합니다. 그런데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에도 “건물에서 즉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은 끊이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잠들기는 힘들 듯합니다. 나중에 메인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은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가끔씩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헌재·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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