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기자
이번 법정 다툼은 형식적인 측면만 보면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생긴 형제간 갈등, 즉 개인적인 문제다. 하지만 소송의 당사자가 대기업인 삼성 오너와 CJ 오너(이재현 회장) 아버지였기 때문에 세상은 처음부터 삼성과 CJ 간 다툼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했다. 계속 세상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번 재판 결과를 놓고 경제계에서는 삼성이 CJ를 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 소송의 승자라고 볼 수는 없다. 2년간 지속된 치열한 법정 공방과 난무하는 온갖 루머 속에서 CJ는 물론이고 삼성도 기업 이미지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대외적으로도 지난 2년은 한국 기업들에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시기였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주력 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졌다.
다행인 것은 이번 상속소송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회장 측의 화해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원망을 풀고 같이 살자는 의미를 지니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을 언급하며 화해 의지를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변호인단도 “가족 차원의 화해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화해”에 대한 양측의 언급이 따가운 여론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립서비스’여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두 대기업이 다투는 모습보다 경쟁적으로 기업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런 모습 속에서 지난 2년간의 소송으로 두 기업이 받았던 비판도 사라지고, 나아가 상처도 치유될 것이다.
이세형·산업부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