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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관객 사로잡은 ‘렛 잇 고∼ 렛 잇 고∼’

입력 | 2014-02-07 03:00:00

팝송으로 이례적 히트, 비밀은




‘렛 잇 비’ 못잖은 삶의 깨달음, ‘렛 잇 고’를 얻게 되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속 엘사. 디즈니 제공

‘렛 잇 고∼ 렛 잇 고∼.’

5일 현재 648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고 나온 사람들은 이 단 한 소절, 여섯 음의 마력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는 국내 여러 음원사이트에서 일간·주간 종합차트 1위에 올랐다. 가요가 음원 시장을 틀어쥔 2000년대 이후 팝송이 이만큼 히트한 적은 없다. KT뮤직 관계자는 “최근 10년 새 종합차트 5위권에 팝이 고개를 내민 건 마룬파이브 정도”라며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잠자리에서도 ‘렛 잇 고’의 멜로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후렴구의 코드 진행은 속칭 ‘머니 코드’(상업성을 보장하는 공식과 같은 화성 진행)라 불리는 ‘1도-5도-6도(마이너)-4도’( ‘A♭-E♭-Fm-D♭’) 형태다. 쓸쓸한 F마이너 코드로 시작해 ‘렛 잇 고!’의 후렴구에서 A♭메이저의 장조로 분위기가 크게 반전되는 진행이 각인 효과를 높인다. 중후반부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D♭-E♭ 부분 역시 A♭로 해결되면서 후련한 느낌을 반복해 선사한다.

전문가들은 “더 주목할 곳은 기존 히트 공식을 거스른 부분”이라고 했다. 히트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는 “주인공 엘사의 쓸쓸한 심경과 영상에 어울리는 다소 어려운 단조의 멜로디로 출발해 후렴구의 단순하고 호방한 멜로디로 이행하는 방식은, 음원 차트를 겨냥해 설계되는 요즘 히트 곡에서 나오기 힘든 구성”이라면서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영화 ‘타이타닉’ 주제가)처럼 작곡 과정에서 극중 캐릭터, 영상미와의 결합에만 몰두한 것이 되레 신선한 결과물로 도출된 것 같다”고 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보컬의 음향 믹싱이 요즘 히트 곡들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뮤지컬을 현장에서 듣는 듯한 맛을 살린 신선한 사운드 역시 크게 한몫했다. 영화 ‘드림걸스’의 ‘리슨’(비욘세)처럼 스토리와 맞물려 극중 갈등의 정점을 노래로 잘 풀어냈다”고 분석했다.

‘렛 잇 고’를 부른 배우 이디나 멘절.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주인공 엘사 공주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렛 잇 고’를 부른 이디나 멘절은 43세로 엘사의 엄마뻘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렌트’ ‘아이다’ ‘위키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인기 TV프로그램 ‘글리’에 출연해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엘파바’ 역으로 2004년 토니상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렛 잇 고’를 만든 부부 작곡 듀오 로버트 로페즈,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는 해외 언론에 “처음부터 멘절의 음색과 음역을 생각해 작곡했다. ‘렛 잇 고’가 만들어진 뒤 각본 작업에서 엘사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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