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
반칙도 마다 않는 승리 지상주의로 비판받는 서바이벌 두뇌게임 tvN ‘더 지니어스’. CJ E&M 제공
게임은 지금까지 나온 방송 가운데 가장 어렵다 싶다. 고백하자면 나는 매회 게임 시작 전 룰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벅거린 게 다반사다.(“나, 배운 여자 아니었어?”) 중반쯤 돼서야 ‘아하’ 하곤 했지만 펜과 종이까지 가져와 교육방송 보듯 열성을 다했다. 일부 출연자가 보여주는 기발한 전략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출연자들 간의 정치와 처세다. 때로 너무 ‘잘난’ 우승 후보는 그보다 못한 다수의 연합을 통해 제거됐다. 방송에서 서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속닥거리며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은 꽤 ‘리얼’했다.(“그래, 혼자 똑똑하면 뭐하니. 세상사 다 정치 아니겠어.”) ‘더 지니어스’가 현실과 꽤 닮았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다. 여느 예능보다 ‘리얼’하다는 소문을 타고 시청률은 쑥쑥 올라갔다.
결국, 우리가 방송에서 원한 것은 ‘리얼함’이지 진짜 ‘리얼’은 아니었다. 친근한 연예인이 반칙을 불사하며 승리를 욕망하는 모습은 어쨌든 불편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경쟁 논리에 완벽하게 길들여진 것도 아니다. 불공정한 경쟁은 존재하고 때로 그 결과는 냉혹하지만 그런 시스템을 긍정하는 사람은 없다.(“내가 그렇게 착하진 않지만 또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는 말은 예능에도 통한다. 위선도 위악도 적당히 해야 한다. 물론 그 ‘적당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게 늘 문제겠지만.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