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독자위원회 좌담]통일논의와 언론보도

입력 | 2014-02-07 03:00:00

“통일 준비 중요하지만 ‘통일의 의미’부터 충분히 알려줘야”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3일 본사 회의실에서 ‘봇물 터진 통일논의, 언론의 역할은’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 박태서 미디어연구소장, 고희경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성태 위원,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 윤영호 스탠더드에디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최근 통일 논의가 활발하다. 새 정부 초기에는 대북관계와 통일정책의 기조를 이전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에 대한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해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3일 ‘봇물 터진 통일논의와 언론보도’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

<참석자>

● 위원장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위원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김성태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박원재 편집국 스탠더드에디터
윤영호 출판국 스탠더드에디터
김사중 동아닷컴 스탠더드에디터

● 사회
박태서 미디어연구소장

―박 대통령의 ‘대박론’을 계기로 통일이 한층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주변 정세도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통일문제를 독자 입장에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다룰 기사에서 어떤 논의를 보완해야 하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진강 위원장=일각에서는 언론이 통일을 장밋빛으로 보도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동아일보도 관련 시리즈를 보도하고 있는데 통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먼저 짚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하나보다 현실적으로 통일의 의미가 우리에게 어떤 것인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헌법에는 통일이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통일이 이뤄질 때 감수해야 할 부담을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짚어줘야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 젊은층도 많습니다. 그동안 통일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통일은 이익이나 손해가 아니라 당위적인 명제라는 말입니다.

김성태 위원=통일은 언론으로 볼 때는 거시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의제입니다.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잠깐 여론조사를 통해 기사화할 일이 아닙니다.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 세대별 이념별로 다양한 계층에서 통일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검찰이 이석기 의원에 대해 20년을 구형하고, 한편으로는 통일이 대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국민들은 엄청난 괴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언론에서 다루는 통일 관련 기사의 시각도 폭이 좁아 보입니다. 북한 전문가 풀도 협소해 다양한 시각을 담는 보도시스템에 한계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고희경 위원=지금까지 통일에 대한 논의는 축적이 되지 않고 때로는 부정적인 인상을 준 적도 있어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통일에 대해 세대별로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것만 남아서 통일 논의를 앙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 위원=학교 교육과정에서 통일 문제와 남북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왠지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이 통일에 대해 여전히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제로 여긴다는 것도 언론이 짚어줘야 할 대목입니다.

이 위원장=예전에는 통일 논의 자체를 함부로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그런 단계는 지나갔으니 진짜 통일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진정성 있게 가야 합니다. 이번 신동아에서도 통일문제를 다루었죠?

윤영호 스탠더드에디터=통일을 너무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습니다. 통일은 당위의 문제이지, 이익이 생기고 말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인터뷰도 실었습니다. 통일을 지나치게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근거 없는 음모론도 난무할 것입니다. 최근 언론의 통일 논의를 건설업체들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왜곡하는 일각의 해석이 대표적입니다. 국내 건설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고 해외 건설은 적자를 내는 상황에 건설업체들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곳은 북한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이 통일 논의에 열심이라고 본다는 시각이죠. 그런 점에서 통일의 당위론에 대한 얘기도 균형 있게 다뤄야 합니다.

이 위원장=경제적 이익을 도표까지 제시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통일이 아무리 대박이라고 하더라고 수치로 따질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비용이 부담이 되더라도 이뤄야겠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합니다.

박원재 스탠더드에디터=통일 관련 보도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가 경제적 편익을 강조하는 것인데, 당장은 큰 반응을 가져올 수 있지만 통일까지 가는 데 치러야 될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적 편익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고 몰아가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본보는 제3국에 흩어진 탈북청소년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앞으로도 탈북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 이야기를 가능하면 많이 다루려고 합니다. 결국 독자들이 공감하는 내용을 다뤄야 통일이 된 이후에도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통일 시리즈를 하면서 통일 및 북한 전문가들로 풀을 구성해 기획할 때부터 조언도 받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사중 스탠더드에디터=누리꾼들은 궁극적으로 통일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박 대통령의 통일 의지 표현을 평가하면서도 전쟁을 통한 통일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원칙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민족 공멸의 길로 들어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둘째, 준비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언제 어떻게 통일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겁니다. 우선 남남 화합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주문하고, 통일은 사실상 북한이 변화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니 정부가 북한 주민의 변화를 유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 위원=요즘의 통일 논의는 한반도 안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통일은 국제정치적으로도 굉장히 복잡한 역학구도 아닙니까. 한반도라는 지형 안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관련된 것이라는 시각도 논의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헌법체계를 갖춘 우리 입장에서 보면 무력통일이 아닌 평화통일,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 아래서 통일이 이뤄져야 합니다. 보수와 종북세력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통일 논의가 국민의 공감을 얻고, 핵심 의제로 떠오를 수 있을지 어려운 상황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바탕으로 함께 가자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 위원=6·25전쟁을 겪은 세대와 겪지 않은 세대는 통일에 대한 생각이 다릅니다. 젊은층은 남북관계, 이산가족 상봉보다 경제적 측면에 관심이 많습니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고, 통합된 시각이 지면에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고 위원=통일과 관련한 문화적 접근은 국제적 이슈나 이념적 이슈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인데 지금까지 문화적 논의는 분산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나 딜레마 등을 강조하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적인 분석과 구체적인 숫자를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점을 고려한 측면이 있을 겁니다. 세대적 경험이 다른 젊은층을 통일 논의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사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위원장=고구려와 고려는 지금의 영토상으로 북한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습니까. 고구려 고려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기존 수십 년간 진행됐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할 필요도 있습니다. 통일 관련 기사를 쓸 때 전문가의 틀에서 쓰는 것보다는 국민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본 후, 이를 해석하기 위해 전문가를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고 위원=북한 땅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요. 지금의 북한은 관광지로도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통일이라는 어젠다를 끌어가는 데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평도 포격처럼 대형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 통일 시리즈를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도 예상됩니다.

이 위원장=어려운 주제였지만 독자들을 위해 통일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논의한 것만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정리=김동원 daviskim@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