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주식상속 묵인으로 봐야”… 법원, 李회장 정통성 사실상 확인李회장측 “진정성 확인 된다면 가족 차원 화해도 가능할 것”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이맹희 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등 재산 약 9400억 원에 대한 인도 청구 소송에서 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씨가 자신의 상속분이라고 주장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 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 주, 이익배당금 513억 원 등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씨 등 공동 상속인들이 이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차명 주식의 존재를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 회장의 주식 보유를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의 단독 상속이 선대 회장의 뜻과 달랐고 재산권이 침해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정통성이 이 회장에게 승계됐다는 점을 확인해준 셈이다.
이 씨는 2012년 2월 “부친이 생전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맡겨 놓은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져갔으니 상속분을 돌려 달라”며 4조849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2월 패소했다. 1심 소송에 참여한 차녀 이숙희 씨와 차남 고 이창희 씨 유족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 씨는 청구금액을 1심보다 대폭 줄인 약 96억 원으로 항소했다가 재판 중 94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 씨는 항소심 막바지에 ‘해원상생(解寃相生·원한을 풀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언급하며 화해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제안했으나 이 회장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윤재윤 변호사는 “판결 절차와 관계없이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가족 차원에서의 화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1, 2심 모두 승소하자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 씨 측은 “단독 상속을 양해했거나 묵인했다는 부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뢰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