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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구해주세요” 편지가 ‘염전 노예’ 장애인들 구했다

입력 | 2014-02-07 03:00:00

40대 2명 숙식-일자리 제공에 속아 외딴섬서 2, 5년 노역 지옥생활
이발 핑계로 나와 부모에 편지 부쳐… 경찰, 소금업자로 위장 극적 구출




전남 신안군의 섬에 팔려가 노예처럼 일한 노숙인 김모 씨가 부모에게 구출해달라고 보낸 편지. 구로경찰서 제공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못난 ○○이입니다.’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배모 씨(66·여)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오래전 집을 나간 아들 김모 씨(40)의 편지였다.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말에 속아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 갇힌 채 강제로 일을 하고 있으니 빨리 찾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선천적 시각장애인(5급)으로 2000년 고액의 카드 빚을 지고 부모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가출했다.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서울 영등포역에서 노숙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 2012년 7월 영등포역 노숙인 무료 급식소에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인 이모 씨(63)를 만났다. 이 씨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염전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고 김 씨는 그를 따라갔다. 김 씨는 전남 목포로 간 뒤 신안군의 한 섬에 도착했고 홍모 씨의 염전에서 월 80만 원을 받고 3개월간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 씨가 홍 씨와 짜놓은 덫이었다. 이 씨가 홍 씨에게 ‘몸값’ 100만 원을 받고 김 씨를 팔아넘긴 것. 이후 김 씨는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폭행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일을 해야 했다. 염전에는 먼저 ‘팔려온’ 채모 씨(48)도 있었다. 지적장애인인 채 씨는 2008년 11월 목포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말에 속아 이곳에 왔다. 채 씨를 이곳에 넘긴 고모 씨(63)는 3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고된 노동과 폭행을 참다못한 김 씨는 채 씨와 함께 3차례 몰래 빠져나오려 시도했지만 이들을 알아본 주민들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 홍 씨는 이들에게 “한 번만 더 도망치면 칼침을 놓겠다”고 협박했다. 김 씨는 몰래 부모님에게 구조해달라는 편지를 써서 품고 다녔다. 한동안 착실하게 일하며 홍 씨의 감시를 누그러뜨린 뒤 김 씨는 지난달 13일 읍내에 이발을 하러 다녀오는 길에 몰래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부치는 데 성공했다. 김 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 씨가 시킨 대로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 홍 씨의 염전을 찾아가 김 씨와 채 씨를 구출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6일 소개업자 고 씨와 염전 주인 홍 씨를 체포해 영리목적 약취유인 및 약취유인수수 혐의로 조사하고 김 씨를 팔아넘긴 이 씨와 공범 1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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