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지니아주 ‘동해병기法’ 통과 이끈 피터 김 VoKA 회장

찬성 81 vs 반대 15 압도적 승리 6일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이 미국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는 법안을 찬성 81표 대 반대 15표로 가결 처리했다. 가결 처리 직후 피터 김 회장, 티머시 휴고 의원, 하원 내 유일한 한국계인 마크 김 의원(왼쪽 사진 앞줄 왼쪽부터)이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치먼드 의사당 전광판에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찬성(Y), 반대(N)가 표시돼 있다(오른쪽 사진). 리치먼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이 6일(현지 시간) 오후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한 법안(HB11)을 찬성 81 대 반대 15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킨 직후 리치먼드 의사당 기자회견장에 나온 피터 김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 회장(55)은 모든 공을 ‘미국 민주주의’와 ‘15만 한인’에게 돌렸다.
그렇지만 이번 승리의 출발이 됐던 ‘한 시민’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2년 전인 2012년 1월 26일. 당시 데이비드 마스든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민주)이 낸 동해 병기 법안이 일본의 반대 로비로 교육보건위원회에서 찬성 7 대 반대 8로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해(Sea of Japan)죠.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요. 교과서에 그렇게 돼 있어요.”
그 전까지는 ‘남의 문제’였던 동해 병기가 그제야 자신의 일로 다가왔다. 김 회장은 1977년 18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교포 1.5세였지만 동해는 여전히 동해였다. 2012년 3월 그는 백악관에 동해 병기 청원을 내는 것으로 먼 길의 첫걸음을 뗐다.
‘한 시민’이 발걸음을 내딛자 미국인들이 길을 알려줬다. 백악관의 안내를 받아 그해 8월 연방 교육부 장관에게 편지를 썼다. 11월 답장을 해온 차관보는 “교과서는 주정부 관할이니 주교육청과 의회를 두드리라”고 안내했다.
한 사람의 학부모가 아닌 여러 학부모의 이름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지금의 단체를 창립했다. 연방 교육부 차관보의 안내대로 ‘학부모’ 자격으로 교육위원회와 의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성과도 속속 이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티머시 휴고 하원의원과 리처드 블랙 상원의원이 연내 법안 상정을 약속했다. 8월 메릴랜드 주 앤어런덜 카운티를 시작으로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 교육청들이 동해 병기를 지시하는 교사지침서를 작성해 관할 공립 초중고교에 보냈다.
김 회장은 자칫 일본의 조직적인 저항에 대비해 일본 언론 인터뷰는 의식적으로 피해왔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 이날에는 한 일본 신문사 기자의 질문을 받아들였다.
그 기자는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 “나는 한국계이지만 군에 복무하고 세금을 내며 투표를 하는 미국인이다. 인디언을 제외하면 모든 미국인은 이민자이며 그들은 모두 평등하고 서로를 존경한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리치먼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